‘꿈을 먹는 주식’ 테슬라가 하루 만에 20% 이상 폭락하는 등 이달 들어 연일 급락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비관론과 급격하게 오른 만큼 조정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테슬라를 싼값에 살 수 있는 기회로 여기는 한국 투자자들은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테슬라는 8일(이하 현지시간) 전 거래일보다 88.11달러(21.06%) 하락한 330.21달러로 장을 마쳤다. 2010년 나스닥 상장 이후 역대 최대 낙폭이다. 테슬라는 지난 1일(-4.67%), 2일(-5.83%), 3일(-9.02%)에도 사흘 연속 급락했다. 이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편입에 실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낙폭을 키운 것이다.
이에 따라 ‘테슬라 거품론’은 전보다 힘을 받는 모습이다. 미 투자 리서치회사 뉴컨스트럭트의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트레이너는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테슬라는 월가에서 가장 위험한 주식”이라며 “펀더멘털이 높은 주가를 지지하지 못하고 있다. 주당 500달러가 아닌 50달러가 알맞다”고 주장했다.
반면 최근 테슬라의 폭락은 조정에 불과하며, 결국 S&P500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투자은행 베어드의 애널리스트인 벤 칼로는 “테슬라는 언젠가 S&P500지수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며 “이달 배터리데이도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테슬라는 오는 22일 사상 처음으로 배터리 관련 자사 기술을 소개하는 ‘배터리데이’를 개최한다.
국내 투자자들은 테슬라가 폭락한 틈을 타 더 많은 양의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7일까지 테슬라를 무려 4억9037만 달러(약 5830억원)가량 순매수했다. 지난달 같은 기간 대비(약 7320만 달러) 6배가량 오른 수치다. 7월 이후로 범위를 넓히면 순매수 금액은 15억6424만 달러(약 1조8598억원)다.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해외 주식 순매수 종목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이다.
일부 개미 투자자들은 이번이 테슬라를 저가에 매수할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 직장인 김모(29)씨는 “전기차 산업에 관심이 많았지만 테슬라는 너무 올라서 매수할 엄두가 안 났는데, 이 참에 조금씩 ‘줍줍’(줍고 또 줍는다는 뜻의 신조어)하고 있다”며 “만약 계속 떨어지면 몇 년 묵혀놓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테슬라를 포함한 성장주와 기술주 하락세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증시와 펀더멘털의 괴리는 유동성이 채워줬기 때문에 향후 유동성 장세를 연장시킬 수 있는 소식이 나오기 전에는 주도주 상승 랠리가 쉬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나스닥 급락으로 기술주, 성장주의 하방 압력이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