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에 “빚 깎아달라” 요청할 수 있다

입력 2020-09-10 04:05

앞으로 형편이 여의치 않은 채무자는 밀린 빚을 깎아 달라고 금융기관에 요청할 수 있다. 추심업자의 빚 독촉은 주 7회로 제한되고, 채무자가 원치 않는 시간에는 연락하거나 접촉할 수 없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소비자신용법안을 9일 발표했다. 기존 대부업법을 전면 개정한 법안으로 채권자와 추심업자의 채무자 보호 책임을 강화하고 채무자의 방어권을 확대하는 게 골자다. 이달 입법 예고 후 내년 1분기 중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새 법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개인채무자는 채권금융기관에 채무조정을 요청할 수 있다. 소득과 재산 자료 등으로 빚을 갚지 못할 정도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채무조정 요청을 받은 금융기관은 추심을 중지하고 10영업일 안에 채무조정안을 제안해야 한다. 채무자가 안을 수락하면 합의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단 채무자가 금융기관 내부기준상 채무조정 적용 대상에 해당하지 않으면 요청을 거절할 수 있다.

금융기관이 연체 채권을 만기 전 회수(기한이익상실)하거나 다른 기관에 양도할 때는 미리 채무자와 채무조정 협상을 해야 한다. 채무자가 채무조정을 요청하면 금융기관은 심사 결과를 채무자에게 통지하기 전까지 기한이익상실 및 양도 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일정 금액 이하이면서 실거주 중인 1가구 1주택 등을 경매에 붙이려면 경매 신청 예정일까지 채무조정 요청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10영업일 전까지 채무자에게 알려야 한다.

기한이익상실 후에도 아직 상환기일이 남은 채무원금에는 연체가산이자를 붙일 수 없다. 금융기관이 회수불능으로 판단해 상각(회계상 손실 처리)한 개인 채권은 장래 이자채권을 면제한 경우에만 양도할 수 있도록 했다. 빚이 무한히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추심 연락 빈도는 모든 방식을 통틀어 주 7회를 넘길 수 없다. 추심업자가 채무자의 상환 능력 등을 확인했다면 7일간은 다시 연락하지 못한다. 채무자는 특정 시간대나 특정 방법 수단을 통한 추심 연락을 하지 않도록 요구할 수 있다.

수탁 매입추심업자가 법을 위반하면 원채권 금융기관도 책임을 져야 한다. 채무자는 소비자신용 관련 업자나 채권 금융기관을 상대로 300만원까지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대부업계는 새 법안이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고 저신용자 등에 대한 대출 기피 현상을 빚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강창욱 조민아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