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체면구긴 김정은… 정권수립일에 경제 실패 자인

입력 2020-09-10 00:09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6차 확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권수립 72주년 기념일(9·9절)에 경제정책 전반이 실패했다고 이례적으로 시인했다. 최고지도자가 국가적 명절에 국정운영 실패를 자인하면서 체면을 구긴 셈이다. 김 위원장이 역점을 두고 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까지 공사를 끝낼 것을 지시한 평양종합병원의 완공도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6차 확대회의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노동신문이 9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예상치 않게 들이닥친 태풍 피해로 부득이 우리는 국가적으로 추진시키던 연말 투쟁 과업들을 전면적으로 고려하고 투쟁 방향을 변경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경제정책 전반이 실패했음을 인정한 데 이어 또 한번 실책을 자인한 것이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제9호 태풍 ‘마이삭’이 함경남도를 강타하면서 검덕지구에서만 주택 2000여채가 무너지고 다리 59개가 끊어지는 피해가 발생했다. 검덕지구는 아연·마그네사이트가 대량 매장된 세계 최대 규모의 광물 매장지다.

평양 노동당원 1만2000명으로 구성된 ‘수도당원사단’이 수해 복구를 위해 함경도로 떠나기 전 시내를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검덕지구 복구 건설을 또다시 인민군대에 위임하기로 했다”며 노동당 창건일까지 피해 복구 작업을 마칠 것을 당부했다. 지난 5일 평양 노동당원 1만2000명을 함경도 피해 복구 현장에 동원키로 한 데 이어 군까지 투입한 것이다. 다음달 10일 공표할 최대 성과로 수해 극복을 내세우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가용 자원과 인력을 수해 복구에 집중키로 하면서 김 위원장의 최대 역점 사업인 평양종합병원과 원산·갈마 해안관광지의 연내 완공도 불투명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김 위원장이 노동당 창건일 전 원산·갈마 해안관광지의 완공은 포기한 것 같다”며 “평양종합병원 완공 여부 역시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대규모 열병식과 군중집회를 생략한 채 9·9절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은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9절을 기념해 축전을 보낸 사실을 전했을 뿐 9·9절 관련 행사는 보도하지 않았다. 올해가 정주년(5년 단위로 꺾이는 해)이 아닌데다 ‘삼중고’(대북제재·코로나19·수해)로 행사를 진행할 여력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9·9절 전후 핵실험 등 굵직한 무력 도발을 감행한 전례가 있는 만큼 군 당국은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