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빌보드 정상에 오른 BTS 신드롬

입력 2020-09-10 00:03 수정 2020-09-10 11:15

방탄소년단(BTS)의 신곡 ‘다이너마이트’가 발매 첫 주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올랐다. ‘다이너마이트’는 BTS가 최초로 영어로 부른 노래다. 미국인 프로듀서와 작업하고 경쾌한 디스코를 차용해 이전 작품보다 훨씬 단순하고 대중적이다. 아쉬움도 있지만 주류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다이너마이트’는 빌보드 1위에 올랐으나 아직은 대성공이라 확언할 수는 없다. 열성 팬 중심으로 소비되는 K팝의 확장 동력에 대한 의문과 이전과는 확연히 모호해진 차트 공신력 때문이다. 하지만 BTS의 성공은 이번이 정점은 아닐 것이다. 올해 초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과 더불어 한류 성장세의 한계를 예단하기 어려워졌다. 상상도 못 한 놀라운 일들이 계속되고 있다.

2013년 방탄소년단이 처음 데뷔했을 때,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오른 스타가 될 거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작은 기획사, 그룹명에 대한 조롱 등으로 그저 그런 보이그룹으로 활동하다 사라질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수년 뒤 이 일곱 청년은 글로벌 스타의 반열에 올렸다. 그야말로 한류 아이돌 역사의 결정판이다. 감각적인 비트와 압도적 퍼포먼스는 BTS의 상징이지만 이들에겐 다른 아이돌과 구별된 차별적 요소가 있다.

BTS 성공의 주요 기반은 트위터와 유튜브, V앱으로 대표되는 ‘뉴미디어 플랫폼’이다. 이들은 거대 기획사의 마케팅·홍보가 아니라 SNS로 적극적이고 친근하게 소통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팬클럽 아미(ARMY)의 글로벌 확장과 결집을 불러온다. 주류 미디어의 마케팅 공식이 아닌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변방으로부터 퍼진 성공 사례다.

두 번째로 방탄소년단은 ‘음원 시대’에 콘셉트를 입힌 앨범 중심의 활동을 하는 것에서 차별성이 있다. 어느 특정한 곡의 신드롬이 아니라 앨범 전체에 녹여낸 작품 구성과 구성원들의 균등한 참여로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앨범의 서사성은 ‘화양연화 pt1’부터인데, 앨범에 ‘인트로’와 ‘아웃트로’를 수미쌍관으로 구성한다. 중간에 다양한 ‘싸이퍼’와 ‘스킷’을 삽입해 개별 곡이 앨범 전체 서사에 봉사하도록 연계한다. 퍼포먼스와 뮤직비디오 역시 앨범의 콘셉트를 강화하는 예술적 장치로, BTS 세계관을 이미지로 확장한다.

세 번째는 가사에 담아낸 이 시대 청춘의 방황하는 자화상과 희망의 메시지다. 염세와 희망이 교차하는 인생의 길목에 선 이들은 세상과 불화하기에 오히려 수혈될 수 있는 청년 정신을 노래했다. BTS 노래엔 성장의 아픔과 삶에 관한 진지한 사유가 녹아있다. 전 세계 청춘의 헤르만 헤세가 되기로 작정한 듯하다. BTS 구성원은 소설 ‘데미안’에서 적잖은 영감을 받았다. 알을 깨고 나와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으로 살라고 노래한다.

BTS에게서 기독교 문화는 많은 걸 배울 수 있다. SNS는 새로운 선교의 통로라는 것, 기독교 문화의 중요성은 선명한 콘셉트와 메시지에 있다는 것, 동시대인의 고민 대변자로서 메시지의 예술적 공교함을 높여가야 한다는 것, BTS가 이룬 꿈이 막연한 기적이 아니라 ‘피 땀 눈물’의 결실이라는 것 말이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 방시혁은 K팝의 음악 방향을 이렇게 말한다. “단순히 미국시장에 한국 가수가 데뷔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하는 이들의 감정을 음악적으로 풀어내는 데 있다.” 기독교 문화의 방향 역시 콘텐츠에 단순히 신앙적 표현을 넣는 것에 그쳐선 안 된다. 신앙인이 자기 삶과 이 세상 안에서의 고민을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 안에 누군가와 공감을 나눌 수 있는 열쇠가 있을 것이다.

윤영훈(성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