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홍도 목사님을 기리며

입력 2020-09-10 00:06

목사님. 가슴 저리도록 슬픕니다. 눈물이 흘러 글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천국 입구에서 주님께서 목사님을 기다리시다가 품에 안아주시는 영광의 모습을 생각하니 슬픔의 눈물이 도리어 기쁨의 눈물로 변합니다.

당신은 주님을 향한 진지한 충성의 종이셨습니다. 하나님을 위한 일이라면 손톱만큼의 불의라도 절대 타협하지 않으셨습니다. 때로는 솔직히 저도 목사님을 대하기 불편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항상 당신은 결국에는 저를 이기셨고 나는 당신의 결정에 고개를 숙이곤 했습니다.

당신은 마치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백치’의 주인공 미슈킨 백작과 같이 세상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는 하나님의 순수한 어린아이였습니다. 그래서인지 당신의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을 세상 사람들은 많이 이용하기도 했지요. 그래서 고통도 많이 당하셨습니다. 나는 당신의 얼굴에 가끔 비추던 차갑고 고독한 그림자가 당신을 향한 세상의 몰이해와 하나님만 직시하는 지상의 천국인이 지닐 수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신은 사람들이 보지 않는 뒤뜰에서 사랑의 눈물을 흘리던 사람이었습니다. 나는 목사님이 제 앞에서 개인적으로 우시던 모습을 세 번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 눈물은 매우 차갑고 절제된, 당신의 모든 마음이 극도로 응고된 그런 눈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지옥으로 가고 있는 인간들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아파서 눈물이 난다고 하셨습니다. 두 번째는 자신의 뒤를 이어 고생하며 목회할 자식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며 아들은 나보다 똑똑해서 나보다 훨씬 더 목회를 잘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목사님 앞에서 제가 “왜 목사님은 늘 손해만 보십니까? 세상과 타협도 좀 하세요”라고 했더니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보이셨습니다.

언젠가 최고의 감리교 지도자 중 한 분이신 박봉배 총장께서 저에게 하셨던 말씀이 기억납니다. “이 박사, 나는 과거에 김홍도 목사가 굉장히 차가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가까이 대하고 보니 참 사랑이 많은 사람이야.”

목사님은 참 기도의 종이었습니다. 목사님을 추억하면 ‘기도’라는 단어가 제일 뚜렷이 떠오릅니다. 세계 선교를 위해 저와 같이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북미 등을 여러 번 여행했습니다. 처음에는 돈을 아낀다고 같은 방에서 잠을 잤습니다. 그런데 목사님이 코를 너무 곯아서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나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나는 잠을 자지 못하고 있는데 코를 골며 주무시던 목사님이 갑자기 침대에서 몸을 반쯤 일으키시더니 “아바지, 아바지, 아바지”를 연거푸 부르시더니 그냥 또 누워서 주무시는 것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왜 그러셨냐고 물으니까 당신은 모른다고 하셨습니다. 나는 그때 ‘기도하는 자’는 그가 자는 것이 잠을 자는 것이 아니고 기도하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러한 경험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목사님과 배영자 사모님은 ‘기도의 부부’셨습니다.

목사님은 말 그대로 영혼 구원에 미치셨던 분이셨습니다. 제 표현이 과할지 몰라도 다른 단어로는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당신의 입에서 제일 많이 들었던 단어는 ‘영혼 구원’이었습니다. 목사님의 기분이 저조해 있다고 느낄 때 나는 얼른 대화의 이슈를 ‘영혼 구원’으로 바꾸곤 했습니다. 그러면 무조건 목소리의 톤이 올라가고 얼굴에는 빛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제 서재에는 목사님의 설교집과 책이 꽂혀있습니다. 나는 공부를 하고 싶으면 신학자들의 책을 읽고 하늘나라에 가고 싶으면 목사님의 설교집들을 봅니다. 설교집에는 영혼 구원, 천국, 지옥이라는 단어들이 제일 많습니다.

목사님이 병원에서 제게 편지를 보내셨습니다. “이 박사, 이 다음 내가 건강해지면 부부끼리 꼭 세계여행을 합시다. 당신은 내게 친동생 같은 사람이야.” 이제야 제가 목사님의 편지에 이렇게 답장을 보냅니다. “형님, 저도 천국 가면 그곳에서 만나 천사의 날개 등에 업혀서 천국 곳곳을 빼놓지 않고 여행합시다.”

마지막으로 김홍도 목사님을 곁에서 보좌하느라고 고생만 하셨던 배영자 사모님, 그리고 대를 이어 목회하고 있는 김정민 목사와 여러 장로님, 그리고 교우분들께 마음을 다해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요한 목사(전 목원대학 총장·전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감리교 은퇴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