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비슷한 맛을 내는 것 같지만 의외로 선호도가 뚜렷한 식품이 있다. 한 번 정착하면 잘 바꾸지 않게 되는 것, 계속 먹다 보면 선호도를 넘어 신뢰도까지 쌓게 되는 먹거리, 라면이다. 여러 명이 모인 가운데 어떤 라면을 좋아하느냐는 질문 하나를 던져보자. 대한민국 성인이라면 이 주제를 놓고 한 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라면을 떠올렸을 때 짠하거나 웃기거나 훈훈한 추억 하나쯤은 갖고 있기 마련이니까.
사람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라면 ‘투 톱’ 중 하나는 오뚜기 ‘진라면’이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진라면은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14.6%) 2위로 1위인 신라면(15.5%)을 바짝 따라잡았다. 올해 코로나19로 라면 시장은 지난해보다 7% 이상 성장했고 진라면의 상반기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으로 집계됐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라면’ 자리를 놓고 수위를 다툴 정도로 성장했지만 진라면은 의외로 나이가 많지 않다. 1988년 3월 처음 출시돼 올해 탄생 33주년을 보냈으니 라면 업계의 잘 나가는 제품치고는 꽤 젊은 라면인 셈이다.
그럼에도 라면 시장에서 굳건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서 진라면은 오뚜기의 대표 상품으로도 자리 잡게 됐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올해 6월 기준 진라면 누적 판매량은 60억개를 넘어섰다. 이를 5000만 인구의 1인당 소비량으로 환산해보면 한 사람이 진라면 120개씩은 먹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진라면이 등장부터 공략한 차별점은 ‘매운맛’과 ‘순한맛’ 두 종류로 선택의 폭을 넓혔다는 데 있다. 라면은 매운 맛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순한맛’을 함께 내놨다. 덜 매운 라면을 원했던 소비자들에게 ‘진라면 순한맛’은 한없이 반가운 일이었다. 순한 맛의 대척점에 있는 매운맛에 대한 기대감도 높이면서 두 가지 버전의 진라면은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진라면은 오뚜기의 착한 기업 브랜딩에도 기여했다. 2008년 이후 12년 동안 이어진 진라면 가격 동결은 ‘착한 기업 오뚜기’라는 이미지를 공고히 하는 데 일조했다. 오뚜기는 오너가의 성실 납세와 높은 정규직 채용률, 협력업체와 오랜 상생으로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각인시켰다. 하지만 오뚜기가 ‘갓뚜기’로 칭송받게 된 데는 진라면의 오랜 가격 동결도 한 몫 거들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럼에도 진라면의 성공 비결은 ‘맛’에 있다. 우리나라 라면 소비자들의 입맛이 보통 까다로운 게 아니기 때문에 맛을 빼놓고 가격만으로 1, 2위를 다툴 수는 없다.
오뚜기는 제품 품질 향상을 위한 연구를 병행하면서 2005년 이후 적극적으로 수차례 리뉴얼을 이어왔다. 포장 디자인 변화도 눈에 띈다. 매운맛은 빨간색, 순한맛은 파란색을 사용해 두 가지 맛을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했고, 최근 새로 바뀐 포장 디자인에는 잘 끓인 진라면 이미지를 극대화해 먹음직스럽게 표현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진라면은 쫄깃하고 부드러운 면발에 진한 국물, 맛깔스러운 양념이 잘 조화돼 계란이나 채소 등 어떤 재료와도 잘 어울린다”며 “그동안 소비자의 건강과 다양한 기호를 반영해 지속적인 변화를 추구해 왔고 앞으로도 새로운 변화와 도전으로 진라면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