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18% 성장 폐배터리 시장… 정의선·최태원 손 잡았다

입력 2020-09-09 04:01

현대·기아자동차와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생태계 구축을 위해 손을 잡았다. 배터리 공급 중심의 단순한 협력을 넘어 폐배터리의 활용까지 포괄하는 전방위적 협력을 통해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기아차와 SK이노베이션은 8일 전기차 배터리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밝혔다. 정의선(사진 오른쪽)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최태원(왼쪽) SK 회장이 지난 7월 충남 서산의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에서 회동한 지 2달 만의 성과다.

양사는 리스·렌털 등 전기차 배터리 판매·관리 서비스, 배터리 재사용·재활용 등 관련 사업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찾는다. 특히 ‘BaaS(Battery as a Service)’로 불리는 배터리 생애주기를 감안한 선순환적 활용을 목표로 협업체계를 확대할 전망이다.

먼저 재활용에서 생산으로 이어지는 자원 선순환체계를 구축하고 소재 공급 안정성을 강화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전기차와 배터리 재사용을 위한 최적 설계 등을 위한 협력도 이어간다.

‘니로 EV’의 배터리팩을 수거해 검증하는 협력과정도 거친다. 차량용으로 부적합한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재사용하거나 폐배터리로부터 리튬, 니켈, 코발트 등 희귀금속을 추출해 재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업체 리포트링커는 향후 10년간 세계 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연평균 18.3%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SNE리서치는 2025년 글로벌 전기차 폐배터리 시장이 290기가와트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양사의 협력 범위는 점차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 전략기술본부장 지영조 사장은 “SK이노베이션과의 협력은 모빌리티-배터리사 협력을 통한 시너지 극대화의 첫걸음을 떼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가 적용되는 차량에는 1차 배터리 공급사인 SK이노베이션의 차세대 고성능 리튬-이온 배터리가 탑재된다.

그룹 관계사 간 협력 여부도 관심사다. SK에너지가 보유한 주유소 인프라를 전기차 충전 인프라로 활용하거나 현대차그룹이 개발 중인 자율주행 기술에 SK텔레콤이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방안 등이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SK텔레콤과 지난해 ‘제로원 트루이노베이션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모빌리티·커넥티드카 분야 스타트업 육성에 나선 바 있다.

SK이노베이션 지동섭 배터리사업대표는 “양측은 배터리 전후방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신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등 그린 뉴딜과 미래 모빌리티산업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구인 권민지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