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대책의 효과를 강조하기 위해 서울 내 가격이 하락한 단지 네 곳을 콕 찍어 소개했다. 그러자 현장에선 시장 전반의 분위기와 거래 배경을 따져보지 않고 정부 입맛에 맞는 사례만 소개했다는 반발이 나왔다. 매물이 줄어든 상황에서 극소수 거래의 가격만으로 시장 안정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소개된 거래마저 가족 간 증여, 법인 거래 등 특수 거래가 의심된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8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울 서초구와 송파구, 마포구, 노원구의 4개 아파트 단지를 예로 들며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장의 분석은 정부 판단과 크게 달랐다. 정부는 서초구 반포자이아파트 84.94㎡ 25층이 7월 초 28억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8월에는 같은 평형 18층이 24억4000만원에 팔렸다고 소개했다. 거래가격만 보면 한 달 새 4억1000만원이나 떨어졌다. 하지만 시세를 움직였다고 보기엔 무리라는 지적이다. 반포자이아파트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정부가 가격만 보고 얘기한 것 같다. (8월에 팔린 매물은) 법인이 소유하고 있다가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며 “(정상적으로는) 비슷한 매물 호가가 현재 30억원까지 나온다. 실제로 문제의 매물보다 1억~1억5000만원 싼 동도 지난달 28억원에 거래됐다”고 말했다.
정부가 또 다른 사례로 든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3단지 거래도 현장에선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 단지는 7월에 59.92㎡ 4층이 14억원에 거래됐다가 8월에는 7층이 11억원에 거래돼 3억원 가까이 떨어졌다. 이 때문에 가족 간 증여로 의심된다는 증언까지 나온다. 이 지역 한 공인중개사는 “11억원 매물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고 며칠 전에 나온 7층 물건도 14억4200만원에 거래됐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른바 ‘로열층’이라고 불리는 선호 층수와 조망권 등 가격에 큰 영향을 주는 세부 조건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단순 비교한 경우도 있다. 노원구 불암현대아파트 84.9㎡ 19층은 7월 초 6억8000만원에 거래됐다가 한 달 후 17층이 5억9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정부는 6·17 대책 이후 특히 투기자본이 몰렸던 노원구 아파트의 반전 역시 가격 하락 사례로 소개했다. 하지만 이 지역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7월에 거래된 매물은 내부 수리도 끝나고 폭포수가 보이는 산 조망권의 라인이라 매물이 아예 나오지 않는 곳”이라며 “8월에 거래된 매물은 햇빛도 안 들어오고 전망도 없는 안 좋은 매물이다. (두 매물을 비교해 시장가격이 변했다고 말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했다.
정부가 제시한 사례가 적절한가 부적절한가를 떠나 정부가 보다 종합적인 시야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제학과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르고 전셋값은 급등하고 있는데 정부가 일부 통계로 이런 주장을 해서는 안된다”며 “시기를 두고 전체적인 시장 동향이나 전셋값의 오르내림 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택현 최지웅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