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올 성장률 -1.1% 하향 조정… 한국경제 ‘최악 시나리오’ 현실화

입력 2020-09-09 04:03

한국 경제가 ‘최악의 시나리오’를 향해 간다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각 연구기관이 가장 나쁜 상황을 가정해 내놓은 성장률 전망치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1.1%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상반기 최악의 시나리오로 전망한 -1.6%와 비슷한 수치다.

KDI는 8일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지난 5월 제시한 기준 시나리오보다 하위 시나리오와 유사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밝혔다. KDI는 지난 5월 국내 경제가 상반기 이후 회복된다는 가정 아래 올해 성장률을 0.2%로 제시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 성장률은 -1.6%까지 추락한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최악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는 조짐을 보이자 KDI는 올해 성장률을 -1.1%로 급하게 변경했다.

KDI는 통상 한 해에 하반기(5월), 상반기(11월) 두 번 경제전망을 한다. KDI가 이날 수정 전망치를 발표하면서 1년에 세 차례 경제전망을 내놓게 됐는데 이는 2012년 이후 8년 만이다. 그만큼 상황이 예상치 못하게 변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KDI는 민간소비와 수출이 예상보다 나빠질 것으로 예측했다. 민간소비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4.6%으로 조정했다. KDI는 “민간소비가 단시일 내 개선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총수출(물량 기준) 또한 -3.4%에서 -4.2%로 전망치를 낮췄다. KDI는 “해외 국가의 방역 조치 강화가 불가피하며, 우리 수출 회복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KDI는 내년 성장률도 조정했다. 기존 3.9%에서 3.5%로 낮춘 것이다. 사실상 한국 경제의 ‘V자’ 반등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KDI는 “올해 민간소비와 수출이 크게 위축되며 1.1%의 역성장을 기록한 뒤 2021년에도 경기 회복이 제한된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이같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우려하고 있는 곳은 KDI뿐만이 아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달 올해 성장률을 -0.2%에서 -1.3%로 수정했다. 기존 전망 때 비관 시나리오로 언급한 -1.8%에 가까워진 것이다.

한편 KDI는 이날 2차 재난지원금 등 현금성 지원에 대해서는 선별 지급을 강조했다. KDI는 “코로나19로 피해를 크게 입은 취약계층 보호에 집중함으로써 재정지출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