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억짜리 ‘왕중왕 샷’, 13년 숙원 풀다

입력 2020-09-09 04:06
남자골프 세계 랭킹 1위 더스틴 존슨이 8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이스트레이크골프클럽 시상식장에서 2019-2020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최종전으로 펼쳐진 투어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을 달성한 뒤 트로피를 들고 미소를 짓고 있다. AFP연합뉴스

남자골프 세계 랭킹 1위 더스틴 존슨(36·미국)이 2019-2020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왕 중 왕’에 올랐다. 존슨은 시즌 중 누적한 점수로 순위를 매겨 상위 30명만 출전할 수 있는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을 달성했다. 페덱스컵 포인트 랭킹 1위로 올 시즌을 완주한 존슨은 보너스 상금 1500만 달러(약 178억원)의 ‘잭팟’을 터뜨렸지만 “거액의 상금보다 선수 인생에서 소원을 이뤄 기쁘다”고 말했다.

존슨은 8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이스트레이크골프클럽(파70·7319야드)에서 열린 투어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2개를 묶어 2언더파 68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 21언더파 269타로 나흘 내내 선두를 지켜 우승했다. 공동 2위 저스틴 토머스·잰더 쇼플리(이상 18언더파·미국)를 3타 차이로 따돌렸다.

존슨은 2007년 프로로 입문한 뒤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3개 대회 가운데 1차전인 노던 트러스트를 3차례(2011·2017·2020년), 2차전인 BMW 챔피언십을 2차례(2010·2016년)씩 정복했다. 하지만 ‘왕 중 왕’전 격인 투어 챔피언십은 지난해까지 존슨을 외면했다. 이날 생애 처음으로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13년 묵은 숙원을 풀었다.

존슨이 페덱스컵 랭킹 1위로 완주한 시즌은 처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투어를 중단하기 전인 지난 3월만 해도 존슨의 페덱스컵 포인트 랭킹은 111위였다. 노던 트러스트에 출전할 수 있는 페덱스컵 포인트 랭킹 125위 안에 겨우 진입한 순위다.

하지만 존슨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중단됐다가 지난 6월 중순에 재개된 투어에서 뒷심을 발휘했다. 지난 6월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지난 8월 노던 트러스트에 이어 이날 투어 챔피언십까지 올 시즌 3승을 쓸어 담았다. 그렇게 투어 통산 23승을 달성했고, 그 과정에서 세계 랭킹을 1위로 끌어올렸다. PGA 투어를 포함한 세계 스포츠계가 올해 코로나19에 휩쓸려 암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존슨만은 재난에 굴하지 않고 부와 명예를 모두 손에 넣은 것이다.

존슨은 대회를 마치고 기자회견에서 “퀄리파잉스쿨을 통해 처음으로 투어 카드를 획득했을 때 상금 2만5000달러를 받고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그 전까지 통장에 몇 백 달러 이상을 보유한 적이 없다”며 “큰돈을 후원한 페덱스사에 감사하지만, 지금 나에게는 보너스 상금보다 트로피가 더 소중하다. 페덱스컵 우승은 선수 인생의 소원이었다. 오늘 그 꿈을 이뤘다”고 말했다.

최종 4라운드 3번 홀에서 티샷하는 임성재. AP연합뉴스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투어 챔피언십에 출전한 임성재(22)는 이날 버디 6개, 보기 4개, 더블보기 1개로 이븐파 70타를 적어내고 최종 합계 10언더파 단독 11위로 대회를 완주했다. 2라운드만 해도 존슨을 1타 차이로 추격한 단독 2위에 올라 기대감을 부풀렸지만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다만 임성재는 지난 3월 혼다 클래식에서 생애 첫 승을 달성했고, 루키 시즌에 이어 2년 연속 투어 챔피언십 진출에 성공하면서 프로 2년차 목표를 모두 달성했다. 시즌 폐막 직후 발표된 세계 랭킹에서 지난주보다 3계단을 끌어올린 24위에 올랐다.

PGA 투어의 2019-2020시즌은 이날 막을 내렸지만, 코로나19 확산 여파는 2020-2021시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새 시즌은 휴식기 없이 곧바로 이어져 오는 1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나파에서 열리는 세이프웨이오픈으로 개막한다. 그 다음주에는 올 시즌 중 순연된 메이저 대회 US오픈이 편성돼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