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더 아름다운 ‘충청권 야경 명소’로 힐링하러 가자

입력 2020-09-09 19:42
한낮의 뜨겁던 태양도, 시끌벅적 분주한 소리도 사라지면 밤의 요정들이 춤을 추는 시간이다. 더위도 한풀 꺾인 시간에 낮에 봐도 좋지만 밤에 보면 더욱 아름다운 풍경들을 찾아가 보자. 한국관광공사 대전충남지사가 추천한 충청권 야경 명소가 답이다. 자연의 색으로 빛나는 낮의 풍경과 달리 형형색색 반짝반짝 빛나는 아름다운 야경을 보며 코로나19로 갑갑한 마음을 덜어낼 수 있다.

대전 대동하늘공원

계족산 끝자락에서 보문산 자락까지 180도 확 트인 도시 풍광이 펼쳐지는 곳. 대전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대동하늘공원은 시원한 풍광과 아름다운 야경으로 사랑받는 곳이다. 혼잡한 도심을 벗어나 한가로이 휴식을 취할 수 있어 찾는 발걸음이 늘고 있다. 특히 2009년 무지개프로젝트 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된 랜드마크 풍차와 알록달록한 벽화 골목길로 대전 시민은 물론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감성 여행지로 손꼽힌다. 해가 질 무렵 대전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해 어둠이 내리고 하나둘 불을 밝히는 도심의 풍경은 영화의 한 장면이나 다름없다.

예산 예당호 출렁다리

국내 최장 길이인 402m 길이의 예당호 출렁다리는 하늘로 곧게 솟은 주탑을 중심으로 양옆으로 펼쳐진 케이블이 마치 거대한 황새가 호수 위를 나는 듯한 모습으로 장관을 연출한다. 은은하게 흔들리는 출렁다리는 수면 위를 걷는 듯한 색다른 재미를 준다. 주탑의 바닥 아래로 수면이 훤히 보여 아찔한 추억도 선사한다. 내진설계 1등급을 받은 안전하고 튼튼한 다리로, 성인 315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으며 폭 5m, 보도폭 1.8m로 가족이 함께 걷기에 충분하다. 출렁다리는 밤이면 형형색색 조명으로 찬란하게 빛난다. 그라데이션 기법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무지갯빛 LED조명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름다운 불빛과 어우러진 음악분수도 볼거리다. 음악분수는 금요일과 주말, 공휴일 기준으로 주간 4회(오전 11시, 오후 1시·3시·5시), 야간 3회(오후 8시·8시 30분·9시) 가동한다.

서산 해미읍성

조선 시대의 대표적인 해미읍성은 조선 성종 22년(1491년)에 완성된 석성이다. 성내에는 동헌과 내아, 객사, 민속가옥 등이 배치돼 조선시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조선말 천주교도들의 순교 성지로도 유명하다. 성내 광장에는 대원군 집정 당시 체포된 천주교도들이 갇혀 있던 감옥 터와 나뭇가지에 매달려 모진 고문을 당했던 노거수 회화나무가 서 있다. 성곽을 따라 조명이 켜지면 낮과는 다른 분위기의 읍성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올해 초 서산해미읍성의 야간 경관조명 95개를 노후화한 나트륨등에서 밝고 효율이 좋은 LED등으로 교체해 더욱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읍성 성벽 야간조명은 매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상시 운영된다.

부여 궁남지

해 질 무렵 궁남지(사적 제135호)는 한 폭의 그림 같다. 많은 사진작가들이 이 시간의 궁남지 풍경을 담기 위해 찾는 이유다. 궁남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 연못으로, 서동과 선화공주의 사랑이야기가 전해진다. ‘삼국사기’에 ‘백제 무왕 35년(634년) 궁의 남쪽에 못을 파 20여리 밖에서 물을 끌어다가 채우고, 주위에 버드나무를 심었으며, 못 가운데는 섬을 만들었는데 방장선산(方丈仙山)을 상징한 것’이라는 기록이 있다. 백제 무왕 때 만든 궁의 정원이었음을 알 수 있다. 연못의 동쪽 언덕에서 백제 때의 기단석과 초석, 기와조각, 그릇조각 등이 출토돼 근처에 이궁(離宮)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백제의 노자공은 일본에 건너가 백제의 정원 조경기술을 전해줬다고 한다. 궁남지는 생각보다 넓다. 자칫 아름다운 풍경에 길을 잃기 쉽지만, 궁남지 중앙에 위치한 포룡정을 기억해두자. 초록빛 가득한 나무들과 은은한 조명을 받으며 서 있는 포용정은 똑같은 모습으로 연못에 반영돼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야경을 자랑한다.

부여 정림사지

인근에 정림사지도 있다. 백제 성왕이 538년 사비성(부여)으로 도읍을 옮길 때 건축한 정림사 절터에는 백제시대의 석탑인 부여정림사지 오층석탑(국보 제9호)과 고려시대 때 만들어진 높이 5.62m의 정림사지 석조여래좌상(보물 제108호)이 남아 있다. 정림사지 야간 관람 시간은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이다.

부여 백제문화단지

국내 최초로 삼국시대 백제왕궁을 재현한 곳으로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백제로 시간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다. 특히 밤이면 문화단지 곳곳에 불이 들어와 한층 더 고즈넉한 분위기의 백제 시대를 느낄 수 있다. 백제 왕궁인 사비궁과 생활문화마을, 개국 초기 궁성인 위례성,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백제역사문화관 등 1400년 문화대국이었던 백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사비궁은 우리나라 삼국시대 중 왕궁의 모습을 최초로 재현한 대백제의 왕궁으로 중심이 되는 천정전과 동쪽의 문사전, 서쪽의 무덕전 등이 회랑으로 둘러싸인 형태다. 백제시대 귀족과 서민들의 가옥을 재현한 생활문화마을에서는 백제 말기 대좌평을 역임한 사택지적의 집과 백제를 대표하는 장수 계백의 집을 볼 수 있다. 서민들이 살았던 주택과 함께 백제시대 전통 가마와 빨래터 등의 모습도 흥미롭다. 한성 시절 백제의 모습을 재현한 위례성도 볼거리. 달빛을 벗 삼아 백제를 거닐어 보는 아주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And 여행]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