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덕 장사해수욕장, 인천상륙작전 성공 이끈 잊혀진 영웅들

입력 2020-09-09 20:36
일출 무렵 경북 영덕군 남정면 장사리 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공원 일대를 드론으로 내려다본 모습. 멀리 ‘문산호’ 모양의 전승기념관 앞 해안에 막 상륙한 대원들이 적군과 싸우는 모습을 재현한 동상이 있고 왼쪽 솔숲 사이에 학도병들을 기리는 추모탑이 우뚝하다.

오는 15일은 인천상륙작전 70주년이다. 1950년 발발한 6·25전쟁의 전환점이 된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에는 ‘잊혀진 영웅들’이 있었다. 인천상륙작전 하루 전날인 1950년 9월 14일. 학도병으로 구성된 육군본부 직할 제1유격대대는 포항 북쪽 약 25㎞ 경북 영덕군 남정면 장사리 해안에 상륙했다.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하기에 앞서 서해안 인천의 정반대인 동해안에서 펼쳐진 ‘성동격서’의 기만작전이었다. 당시 성공적인 작전 수행으로 많은 아군이 전사했지만 ‘장사상륙작전’은 인천상륙작전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상륙작전명령 제174호’. 8월 24일 대구를 중심으로 모집된 제1유격대대 대원들을 태우고 9월 13일 부산에서 출발한 ‘문산호’는 14일 새벽 장사리 앞바다에 도착했다. 훈련 2주 남짓 만에 투입된 대대 장병 772명 중 90%가량이 10대 학도병이었다.

배는 뭍에서 100m 정도 떨어진 해상에서 좌초됐다. 태풍 케지아가 높은 파도를 일으키는 등 날씨마저 좋지 않았다. 적군은 부경리 200고지, 부흥리 125고지에서 문산호를 향해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총탄 속에 헤엄쳐 해안가로 다가가 오전 5시쯤 상륙했고, 낮 12시쯤 고지를 장악했다. 밤이 되자 적군은 4대의 전차를 앞세우고 다시 공격해왔다.

당초 작전 계획은 3일이었다. 무전기가 파손된 상태에서 대원들은 6일간이나 식량보급도 없이 적군의 보급로 및 퇴각로를 차단하는 등 혈전을 치렀다.

9월 19일 수송선 조치원호가 장사 해안에 도착했지만 많은 대원들이 적군의 총에 희생됐다. 139명 사망, 92명 부상, 행방불명 다수. 좌초된 실제 문산호는 바다에 잠긴 채 1997년 발견됐다.

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공원 ‘학도병 추모등불 광장’.

오랫동안 ‘잊혀진 전투’였던 장사상륙작전은 미군 참전용사의 기록 덕분에 역사 속에서 되살아났다. ‘문산호’ 재현사업이 시작됐다. 지난 6월 5일 장사리 앞바다에 국내 유일의 해상 호국 전시관인 문산호 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관이 문을 열었다. 장사리 해안에 가로 90m, 높이 26m, 연면적 4881㎡의 정박한 함정 모양이다. 당시 육군을 수송한 2300t급 ‘문산호’를 본떠 만들어졌다. 전시관은 총 5층 규모다. 작전 명령서, 군복과 총기류 등 각종 유물 등이 전시돼 있다. 해변에 학도병들을 기리기 위한 공동 무덤, 추모탑과 추모광장, 학도병들의 이름을 새긴 메모리얼 벽화 등을 갖춘 전승기념공원도 조성돼 있다. 지난해 개봉한 곽경택 감독의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에 이들의 활약상이 담겨 있다.

삼사해상공원 남쪽 바다 위에 조성된 해상산책로.

장사리에서 북쪽으로 이동하면 삼사해상공원이 있다. 영덕의 대표 해맞이 명소로 공연장과 분수대를 갖췄다. 경북도 개도 100주년을 기념해 조국통일과 민족 화합을 염원하며 1996년 주조한 ‘경북대종’도 있다. 공원 남쪽 해상산책로에서는 시원한 바람 속에 푸른 바다 위를 걸으며 아름다운 해안선을 감상할 수 있다.

강구항 옆 해파랑공원 내 영덕대게 조형물.

강구항 옆에 바다를 매립해 만든 해파랑공원이 있다. 바위에 철썩이는 파도를 감상하며 걷기에 좋다. 넓은 공원에 영덕대게를 상징하는 조형물과 갈매기를 형상화한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 여행메모
영덕대게집산지 강구항에 해산물 풍부
918번 지방도·블루로드… 바다 여행길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관에 갈 경우 당진영덕고속도로를 타면 빠르고 편하다. 영덕나들목에서 나와 7번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약 13㎞를 15분가량 달리면 도착한다.

기차를 이용해도 된다. 포항까지 KTX로 간 뒤 동해선을 이용하면 서울에서 약 3시간 10분 만에 영덕에 도착한다.

장사해수욕장에는 초록빛 소나무 숲이 길이 900m의 백사장을 두르고 있다. 일출 명소로도 이름이 높다. 무료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강구항은 영덕대게 집산지이다. 오징어, 청어, 방어 등도 많이 잡혀 해산물을 즐기고 싶은 미식가에게 안성맞춤이다. 영덕대게거리를 지나면 해맞이공원이다.

영덕풍력발전단지 전망대에서 본 해넘이 모습.

강구항에서 영덕풍력발전단지를 거쳐 축산항까지 이어지는 918번 지방도는 동해안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다. 도보 여행길 ‘블루로드’가 나란히 이어진다. 풍력발전단지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전망대는 해돋이와 해넘이를 모두 감상할 수 있어 사진촬영 명소로 꼽힌다.







영덕=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