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3·토론토 블루 제이스)이 또 홈런을 3개 맞으며 뉴욕 양키스와의 악연을 이어갔다. 류현진이 한 경기에서 3피홈런을 기록한 건 지난해 LA 다저스 시절 양키즈와의 8월 24일 경기 이후 처음이다. 류현진은 양키스를 상대로 개인 통산 2패, 평균자책점 8.80인 뼈아픈 기록을 만들었다.
류현진은 8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버펄로 살렌필드에서 열린 메이저리그(MLB) 뉴욕 양키스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피홈런 3개를 포함해 5이닝 6피안타 2볼넷 5탈삼진 5실점(5자책점)을 기록한 뒤 2-5로 6회 초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토론토가 6회 말 불붙은 타선을 앞세워 10점을 얻어내면서 12-7 역전승을 거둔 덕분에 류현진은 패전을 면했다.
류현진은 1회부터 몸쪽 직구로 홈런 두 개를 연이어 내주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루크 보이트와 에럭 힉스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했다. 4회 초에는 미겔 안두하르에게 가운데 슬라이더를 던졌다가 솔로 홈런을 또 내주며 3피홈런을 기록했다.
류현진은 구장의 좌측으로 강하게 분 바람에도 방해를 받았다. 살렌필드에 분 바람은 초속 7.15m(16mph)로 올 시즌 류현진이 선발 등판한 경기 중 가장 셌다. 이날 홈런을 기록한 3명의 우타자의 공은 모두 강한 바람을 타고 좌측 담장을 넘어갔다. 또 류현진의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5㎞(90.4마일)에 그쳤다. 포심 패스트볼과 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143㎞(88.7마일)였다. 양키스전 직구 최고 구속, 평균 구속 모두 올 시즌 최저다.
류현진은 경기 후 화상 인터뷰에서 “다음부터는 잘 던지겠습다”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1회에 홈런 두 개를 맞으면서 볼 배합에 변화를 줬다”며 “체인지업을 그렇게 많이 던질 생각은 아니었는데 몸쪽 공을 던지다가 홈런을 맞아서, 바깥쪽으로 멀리 승부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2위를 달리는 토론토는 이날 승리로 3위 양키스와 승차를 1경기 차로 벌렸다. 류현진은 “남은 경기도 우리 선수들이 한마음으로 전력을 다해 싸울 것”이라며 “오늘은 내가 초반에 실점하면서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동료들이 역전시켰다. 남은 양키스전도 오늘처럼 경기에 임할 것 같다”고 말했다.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은 경기 후 화상 기자회견에서 “류현진은 우리의 에이스”라며 “물론 실투 몇 개가 있었고 홈런을 맞기는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최고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류현진이 경기의 흐름을 지켰다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