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조용신의 스테이지 도어] 빽빽한 관객… 코로나 이전 풍경 다시 볼 수 있을까

입력 2020-09-12 04:07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조치에 따라 지난달 21일부터 잠정 운영 중단에 들어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조치가 계속되고 있다. 공연계도 최근 한 달간 판도가 바뀌었다. 대학에서 연습 중이던 극단에서 단체 확진자가 나왔으며 공연 중인 뮤지컬 배우, 관람객 중에서도 나왔다.

공연 연기와 취소 소식도 계속된다. 대극장 뮤지컬의 경우 ‘캣츠’ ‘킹키부츠’ ‘베르테르’ ‘썸싱로튼’ 등이 좌석 거리두기를 반영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지그재그 좌석제로 전체 좌석의 절반만 파는 거리두기 정책은 상업 공연을 만든 제작사에 큰 재정 부담을 안긴다. 관계 당국의 구제책도 없는 상황에서 공연을 아예 취소하는 것이 손해를 줄일 수도 있다. 하반기 화제작이었던 한국 초연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이 개막을 얼마 앞두고 내년으로 연기 결정을 내린 것도 고육지책이다.

이보다 앞서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국립극장, 아르코극장 등 주요 공공극장들은 올해 남은 기획 공연 일정을 대부분 취소했다. 민간의 대관 공연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된다고 해도 코로나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없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공연장 문화에 대해서도 우울한 전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극장은 띄어앉기로 관람 환경이 일부 개선됐다고 느끼고 이에 익숙해진 관객들을 다시 맞기 위해서 예전처럼 빽빽한 객석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고민거리다. 또한 공공극장들은 저렴한 대관료로 제작사들로부터 인기가 많았지만 이러한 비상 상황에서 먼저 셧다운 되면서 민간극장보다 운영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이 단점이 됐다. 당장 현장에서는 지원금에 의존해 공연하는 단체들마저 공공극장 대신 대관료가 더 들더라도 민간극장에서 공연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가장 두려운 점은 극장에 대한 수요 자체가 줄어드는 것이다. 백신이 나와서 질병의 종식 선언을 하지 않는 이상 관객들은 서서히 극장 없는 일상에 적응하게 될 것이다. 특히 학교도 제대로 가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이 이후 사회에 진출했을 때 극장과 같은 다중이용시설이 그들의 일상에서 지워진 상황이라면 향후 극장의 역할은 지금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방역에 대한 불안이 해외여행에 대한 욕구조차 억누르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면 해외의 우수한 공연을 들여오고자 하는 노력도 줄어들고 교류도 무의미해질 것이다. 당분간 공연이란 철저하게 자국 국경 안에서만 벌어지는 내수 활동이 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코로나 이전에 코로나 시대를 예상하지 못했듯 지금 코로나 이후 세상을 정확히 예측하는 사람은 없다. 중요한 것은 달라진 환경에 저마다 적응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며 공연 없이도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으로 5년 정도면 대안을 찾을 것이다. 10인 이상의 객석만 존재하는 소규모 이동식 트레일러 공연이 활성화될 수도 있고, 미술관처럼 제한된 인원이 차례로 큰 공간을 돌아다니면서 관람하는 진정한 이머시브 스타일의 공연이 빠르게 발전할 수도 있다. 영상을 즐겨 사용하는 연극 연출가 이보 반 호브 연출가의 스타일과 FOX-TV의 라이브 공연을 혼합해 무대 위에 카메라가 상시 도입돼 모든 공연이 무대와 영상 두 가지로 송출되는 ‘공개방송 시어터’ 시스템을 갖출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현실 세계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모이는 것은 여전히 인간 심리의 창의성을 북돋아 주는 환경이자 심리적인 소통의 만족도를 높여줄 것이기에 재택근무 외에도 대면회의 업무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공연 역시 영상매체가 줄 수 없는 현장성과 함께 극장을 방문하면서 얻는 공간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함으로써 관객에게 만족감을 준다. 그래서 공연은 인류 역사에서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전쟁 시기에서도 소멸하지 않고 지속해 왔다. 라이브 공연의 불멸성은 미래에도 유효하기에.
조용신 공연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