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근무 시대 노동자 보호… ‘연결되지 않을 권리’ 논의하는 유럽

입력 2020-09-08 04:05
스페인 마드리드의 한 유치원에서 4일(현지시간) 교사가 아이들의 체온을 재고 있다. AP연합뉴스

많은 기업이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등을 채택하면서 원격근무가 확산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원격근무라는 달라진 환경에서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6일(현지시간) 코로나19 이후 원격근무를 적극 장려하고 있는 유럽에서 ‘연결되지 않을 권리’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고 보도했다.

프랑스는 2017년 노동개혁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세계 최초로 법제화했다. 50인 이상 근로자가 일하는 기업은 노사가 협의해 근무시간 이후에 회사의 전화나 이메일에 응답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팬데믹 이후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주목받는 것은 재택근무를 할 경우 업무시간의 경계가 흐려지지 때문이다. 에스터 린치 유럽노동조합연맹(ETUC) 부사무총장은 “코로나19 이전에는 ‘집에서도 근무할 수 있다’고 고용주를 설득하는 게 관건이었다”면서 “코로나19 이후 고용주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것이 ‘뉴노멀’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인 정부는 원격근무와 관련한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법안 초안은 원격근무 시 ‘유연한 업무시간에 대한 권리’를 제안하고 있다. 또 원격근무를 선택하는 것이 급여의 손실, 직업 안정성이나 승진 기회 박탈 등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할 전망이다.

그리스도 ‘원격근무법’을 마련하고 있다. 법안은 원격근무 시 정상 근로시간과 초과근무에 대한 규정, 원격근무에 맞는 수당 등을 담을 예정이다. 또 직원들이 일을 하는지 감시하기 위해 고용주가 카메라를 설치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아일랜드 정부는 원격근무 지침을 논의 중이다. 레오 바라드카 아일랜드 부총리는 “정부는 원격근무가 뉴노멀의 일부가 되길 원한다”면서 “원격근무는 일과 삶의 균형을 개선시키고, 교통 체증과 배출가스를 줄이며, 기업의 비용과 통근시간을 절약하게 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WP는 “유럽의 노력은 미국과 대조된다”면서 “유럽 사회는 일과 삶의 균형을 더 강조하기 때문에 원격근무 전환이 더 쉽다”고 분석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