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온라인 공연’ 판 까는 네이버, 공연계에 숨통

입력 2020-09-08 04:06
지난 6월 네이버TV 후원기능을 활용해 온라인 스트리밍에 도전한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의 티저 영상. 네이버TV 캡처

네이버가 유료 온라인 공연 시장의 판을 깔기 시작했다. 네이버가 자사 플랫폼인 네이버TV에 후원 기능을 업그레이드 한 ‘라이브 감상’ 방식을 적용한다고 7일 밝혔다.

지난해 4월부터 창작자를 위해 제공하던 후원 기능을 재개발해 온라인 티켓을 먼저 구매(후원)한 후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침체한 공연계에 숨통을 터줬다.

지금까지 네이버TV에서 진행한 온라인 공연은 무료가 기본이었다. 여기다 후원 기능을 접목해 시청자가 자발적으로 후원하면 MD상품 등을 리워드로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번 업그레이드를 통해 먼저 후원을 받고 온라인 티켓을 리워드로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은 시청자 마음대로 금액을 지불했다면 이제는 제작사가 책정한 관람료를 내야 한다.

배경에는 수수료가 있다. 네이버는 편집한 영상을 올리는 네이버TV와 실시간 스트리밍 플랫폼 V앱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공연 업계가 네이버를 통해 유료 스트리밍을 시도하려면 V앱을 이용해야 했다.

하지만 수수료가 발목을 잡았다. K팝 아이돌을 타깃으로 개발된 V앱은 뮤지컬 한류에는 용이했지만 공연계가 감당하기엔 수수료가 높았다. 실제로 EMK뮤지컬컴퍼니의 ‘모차르트!’ 실황과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가 서로 다른 플랫폼을 선택한 이유도 수수료 때문이다.

전 세계로 송출하는 V앱 특성상 수수료는 30%로 책정됐고, 부대비용을 합하면 제작사는 이익의 30~40% 정도만 가져간다. 때문에 서울예술단은 유료 스트리밍을 앞두고 고심에 빠졌다. 같은 시기 유료 스트리밍을 결정한 EMK가 V앱을 선택할 수 있었던 건 해외 팬덤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지만, MD상품과 관람권을 결합할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V앱의 경우 티켓이 아닌 상품 판매 형태로 결제 방식을 변경하면 창작자 지원 수수료 5.5%만 지불하면 된다. 하지만 서울예술단은 MD상품이 없어 여전히 V앱을 활용하긴 어려웠다.

서울예술단은 처음부터 창작자에게 수수료 5.5%만 떼는 네이버TV를 노렸다. 오랜 논의 끝에 후원 기능 업그레이드를 통해 유료 스트리밍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네이버는 수수료를 올해 말까지 면제하기로 했다.

후원 리워드 기능은 이달 25일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마농’을 시작으로 서울예술단의 ‘잃어버린 얼굴 1895’, LG아트센터 해외 작품 등 연말까지 10여편에 적용된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