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피조물 보호와 창조 묵상

입력 2020-09-08 00:07

피조물이 고통 중에 신음하며 하나님의 자녀를 부르고 있다. 피조물은 하나님이 사랑으로 지어 우리에게 준 선물이다. 창세기 말씀에 따르면, 피조물은 우리 탐욕으로 서로 밀접히 연결돼 있던 참 좋은 관계가 깨졌다. 우리가 피조물을 소중히 여기지 않은 결과다. 우리의 필요를 채울 수 없게 됐을 뿐 아니라 창조주 하나님도 제대로 만날 수 없게 됐다.

창조주 하나님은 우리를 어떤 마음으로 지으셨을까. 하늘과 땅을 만들고, 그 속의 모든 피조물이 골고루 풍성한 삶을 살기를 바랄 때의 마음을 우리가 헤아릴 수 있을까. 우리는 어떤 욕심으로 주께서 지은 모두의 집을 망가뜨려 수많은 생명이 신음하게 한 걸까. 어떻게 해야 주님 안에서 우리가 하나로 다시 이어질 수 있을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나무보다는 숲을 보며 기본을 챙길 필요가 있다. 버려진 플라스틱이 돌고 돌아 우리 몸에 들어오고,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녹고 있다. 적도에 눈이 내리고 해수면이 상승해 섬들이 없어지며 시도 때도 없이 부는 태풍에 사회·경제·생활 기반이 붕괴돼 사망자가 속출한다. 기후 난민이 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창조주를 기억할 때다. 더 어려워지기 전에, 우리 후손이 살아갈 미래가 사라지기 전에 창조주를 기억하자. 지금에도 창조주 하나님을 기억하지 못하고, 하나님 없이 산다면 그만큼 불쌍하고 위험한 인생이 없을 것이다. 창조주에 관한 기억은 우리가 왜 지구를 위기에 처하게 했는지를 분명히 알게 해줄 것이다.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라.(전 12:1)

이달부터 우리는 창조의 절기를 산다. ‘창조절’은 아직 세계교회가 합의한 절기는 아니지만 지구가 처한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창조절에 대한 공감대가 높아지고 있다.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 피조물을 보호함으로 함께 지음받은 피조물에 대한 존중과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에서다.

지금부터 대림절 전까지의 기간인 창조절만이라도 하나님 창조를 묵상하는 훈련에 집중해보자. 창조절 기간은 만물을 짓고 다스리는 창조주 하나님께 감사하며, 창조된 생명 하나하나를 바라보며 ‘좋다’ 하기에 적합한 계절이다. 하나님 창조를 깊이 묵상하면 일상에서 모든 만물을 섭리하고 인도하는 하나님 사랑을 더욱 온전히 누릴 수 있다. 해 달 별의 숱한 광채, 들꽃과 나무, 수많은 생명에서 우리는 날마다 베푸는 주님의 사랑을 발견할 수 있다.

하나님 창조를 묵상한다면 지구가 전하는 말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하나님 창조에 깊이 뿌리내리면 내릴수록, 위기에 처한 지구의 피조물이 울부짖는 소리도 온전히 들을 수 있다. 그 가운데 말씀을 읽으며 부지런히 기도하고 실천한다면, 우리는 피조물 앞에 당당히 나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당장 피조물 가까이 다가가 창조를 묵상해보자. 시간도 부족하고 익숙지 않다면 하나님 창조를 드러내는 이미지라도 활용해 묵상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그도 여의치 않다면 주변에 녹색 빛깔을 가진 것에 자주 눈길을 주자. 녹색은 창조절을 상징하는 색이다. 녹색을 오래 바라보면 몸과 마음이 쉼을 느낄 뿐 아니라 두뇌도 자극돼 창의성을 높여준다. 생명을 풍성하게 살아내게 하는 빛깔인 셈이다.

비록 불안한 모습이지만, 우리는 오늘도 수많은 생명과 더불어 창조주 하나님 안에서 살고 있다. 지금이라도 우리 모두가 창조주 하나님을 기억하며 창조물에 경탄할 줄 알게 되길 기대한다. 좋은 땅과 햇살, 바람의 숨결과 물의 흐름에 따르며 서로의 필요를 채우는 삶을 살아가길 기도한다.

유미호(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