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하는 주식… ETF로 배우면서 시작하세요

입력 2020-09-08 18:13

최근 투자에 눈을 뜬 40대 직장인 이모씨는 여윳돈을 나눠 국내·외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수했다. 지인들의 추천에 따라 국내 코스피와 미국 나스닥 지수, 금·은 등의 자산과 연동되는 ETF를 골고루 담았다. 이씨는 “투자 초기엔 주가나 채권, 원자재의 상관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체감하는 게 기본이라는 말에 ETF 투자를 시작했다”며 “특정 종목이나 자산 가격이 출렁이는 걸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산 증식을 위해 투자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ETF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TF는 코스피나 나스닥 같은 주가지수는 물론 채권이나 금·원유 등 다양한 자산과 연동돼 가격이 오르내리는 펀드를 말한다. 코스피 지수가 오르면 ETF 가격도 이를 따라 올라간다. 개별 종목이 아닌 지수 자체에 투자하는 것이다. 증권거래소에서 주식처럼 사고 팔 수 있어 투자가 간편하고 공모 펀드보다 수수료가 더 낮다는 게 장점이다. 여기에 일반 투자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자산을 일반 주식처럼 소액으로도 쉽게 사고 팔 수 있어 재테크 초보자를 위한 ‘저비용 분산투자’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ETF 투자 수요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국내 상장 ETF의 전체 거래대금은 3조5377억원으로 연초(1조8000억원)보다 급증했다. 국내 상장 ETF의 전체 시가총액도 46조8786억원으로, 코스피가 연저점을 기록했던 지난 3월 19일(38조5557억) 대비 20% 넘게 늘어난 상태다.

해외 상장 ETF에 직접 투자하는 ‘직투족(族)’도 늘어나고 있다. 국내 증권사의 해외 주식 계좌를 통해 뱅가드나 블랙록 등 글로벌 대형 자산운용사의 주식·채권 ETF 등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다. 이러한 해외 ETF의 경우 통상 국내 ETF보다 거래량이 많고 운용 보수가 낮은 데다 시세 차익과 배당 수익을 외화로 거둘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최근 ETF 투자를 시작한 정모(41)씨는 “매달 월급을 받을 때마다 나스닥 100대 기업의 주가를 추종하는 성장형 ETF와 배당 수익률이 높은 ETF를 분할 매수하고 있다”며 “적금 넣듯이 장기적으로 계속 매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내달 코스피 상장을 앞둔 주식형 ‘액티브 ETF’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액티브 ETF는 지수 움직임을 따라가는 ‘패시브형 ETF’와 공모 펀드의 특성이 합쳐진 ETF를 말한다. ETF처럼 간편하게 사고팔면서 운용 역량에 따라 플러스 알파(α) 수익률을 추구한다. 현재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출시될 주식형 액티브 ETF는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면서 인공지능(AI)이 편입 종목 일부를 조금씩 바꾸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ETF 투자 수익률의 관건은 세금이다. 국내 상장 ETF의 경우 주식 매도 시에 부과되는 증권거래세(0.25%)는 면제이지만, 배당 소득·분배금 등에 대해선 15.4%의 배당소득세가 과세된다. 연 수익이 2000만원을 넘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도 해당된다. 해외 ETF에 투자한 경우 연 250만원 수익까지는 양도소득세(20%)가 면제된다. 다만 배당 및 분배금에 대해선 배당소득세가 원천징수되고, 해외 주식형ETF의 경우 매매차익에 대해서도 배당소득세가 과세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