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빛광성교회를 개척한 지 2년 만이던 1998년 나는 교회에 헌법제정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교회 내규를 만들기 위한 위원회였다. 개혁적인 교회를 만들기 위해 내규가 반드시 필요했다. 신학대학원에 다닐 때부터 내규에 관심이 많았었다. 무엇보다 자체 내규가 있어야 좌고우면하지 않을 거라 믿었다.
교인 중 법을 잘 아는 분들을 물색했다. 마침 서울대 법대 출신인 한 집사님과 대학 법학과에서 강의하는 집사님을 찾았다. 두 분을 중심으로 위원을 선정하고 연구를 맡겼다. 연구 초기, 나는 다른 교회의 내규를 모아 위원회에 전달했다.
“헌법제정위원들은 우리 교회의 미래를 그리는 역할을 하시는 분들입니다. 서두르지 말고 충분히, 그리고 깊이 연구해 주세요.” 간절히 당부했다.
실제 연구는 신중하게 진행됐다. 교인들은 어떤 내규가 나올지 궁금해 했다. 이런저런 조항을 넣어달라거나, 빼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의견을 반영했다. 하지만 최종 결정은 헌법제정위원회의 몫으로 남겨 뒀다.
위원들이 1년간 연구해 내규 안을 완성했다. 만족스러웠다. 이를 두고 6개월간 치열하게 토론했다. 핵심은 담임목사 65세 은퇴와 원로목사제 폐지였다. 6년에 한 차례 담임목사 재신임 투표를 진행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장로도 65세 정년과 6년 시무안을 담았다.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것도 내규의 핵심이었다.
지금 봐도 파격적인 내용이다. 당시로선 충격적이어서 논란이 컸다. 다만 담임목사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안이 담겨 있었기에 다른 개혁적인 조항들도 폐기되지 않았다.
내규는 연구를 시작한 지 3년 만인 2000년 공동의회에서 최종 통과됐다. 공동의회에서 내규가 통과됐으니 나와 장로들은 잘 지키는 일만 남았다. 실제 우리 당회는 내규를 잘 지켰다. 내규는 개척 초기의 어수선했던 교회의 질서를 잡아줬다. 갈등이 생길 수도 있는 상황에서 내규가 나침반이 돼 줬다.
나도 내규에 담긴 대로 만 64세가 되던 지난해 은퇴했고 원로목사도 되지 않았다. 임기 중 두 차례 재신임 투표도 진행했다.
“태양도 하나고 대통령도 한 명이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원로목사가 상왕처럼 있으면 전통을 지킬 수 있을지 몰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교인들의 의견이 둘로 갈라질 수 있다. 이는 교회에 누를 끼치는 일이다.”
목회하면서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내규에 따라 65세에 은퇴하고 원로목사를 하지 않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내 마음에 욕심이 싹트는 걸 미연에 방지하고 퇴로를 막으려는 조치였다.
개혁적인 내용을 담은 내규는 실제 교회를 건강하게 성장시켰다. 틈날 때마다 후배들에게 교회 자체 내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건 이 때문이다. 내규를 제정하고 이를 지키려는 노력이 결국 교회를 건강하게 키워간다.
정리=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