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장과 팩스의 나라’ 일본, 변할까… 스가 “디지털청 최우선”

입력 2020-09-07 00:19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지난 2일 저녁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권당인 자유민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자민당 총재로 선출되면 건강 문제로 사의를 밝힌 아베 신조 총리의 뒤를 이어 일본 총리가 된다. 로이터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코로나19 대응을 지연시킨 주범으로 지목되는 일본의 ‘아날로그식 업무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디지털청’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경제 정책으로는 대규모 경기부양책과 금융완화 등으로 대표되는 ‘아베노믹스’를 계승하겠다고 선언했다.

스가 장관은 지난 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디지털청 설치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그는 인터뷰에서 “아베 내각은 강력한 코로나19 대응을 실시했지만 일본 IT 행정의 후진성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디지털청 설립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스가 장관은 전날 발표한 총재 선거용 정책집에서도 ‘디지털 행정정책 체제 구축’을 코로나19 대책에 이어 두 번째 우선순위로 명시했다.

일본은 2001년 ‘IT기본법’을 시행하고 디지털화를 꾀했지만 디지털청 같은 전담 조직이 없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간 일본의 IT 행정은 내각부와 경제산업성, 총무성 등으로 책임이 나눠 있었다.

일본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고용과 의료, 교육 등 분야에서 정책적 지원을 했지만 온라인화가 더딘 탓에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은 2주 안에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 지급을 완료한 한국과 대조적으로 재난지원금을 전부 전달하는 데에만 석 달 반 이상이 걸렸다.

스가 장관의 디지털청 설립 공약에는 경제·복지 정책을 효율적으로 실시해 안정적인 정권을 창출하려는 목표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의 부실한 IT 행정력이 코로나19 대응 실패로 인한 민심 이반으로 나타난 만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스가 장관의 디지털화에 대한 의지는 일본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에서도 확인된다. 앞서 일본 정부는 ‘비(非)디지털 업무 방식’을 노동생산성을 낮추는 원인으로 지목하고 2021년 경제재정운영의 기본방침에 디지털화를 최우선 순위에 올렸다. 일본생산성본부에 따르면 일본의 노동생산성은 첫 조사가 시작된 1970년 이래 50년간 주요 7개국(G7) 중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신설될 디지털청은 행정 절차의 온라인화와 ‘마이넘버 카드’(일본판 주민등록증) 보급 등에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해졌다. 스가 장관은 구체적인 안을 만들어 연내에 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스가 장관은 경제 정책에서는 아베노믹스를 계승할 것이라는 점도 확인했다. 그는 정책집에서 아베노믹스 유지를 주요 전략으로 내걸고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의 과감한 통화완화 조치 실행에 적극 찬성한다”면서 “아베노믹스식 금융완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스가 장관은 5일 일본 닛케이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전염병을 종식시키고 경제를 새로운 단계로 전환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또 다른 경기부양책을 편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