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끈한 조직력, 극강 ‘흥벤저스’ 무너뜨리다

입력 2020-09-07 04:02
여자프로배구 GS칼텍스 선수들이 5일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열린 2020 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결승전에서 우승후보 1순위로 꼽혔던 흥국생명을 셧아웃으로 잡아낸 뒤 얼싸안으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반면 김연경(뒷편 오른쪽) 등 흥국생명 선수들은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여자프로배구 GS칼텍스가 배구는 ‘팀 플레이’임을 증명했다.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란 수식어가 붙을 만큼 압도적인 전력으로 평가받던 흥국생명을 셧아웃으로 잡아내며 2020 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KOVO)컵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GS칼텍스는 5일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열린 KOVO컵 여자부 결승전에서 흥국생명에 세트스코어 3대 0(25-23 28-26 25-23)의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2017년 이후 3년 만의 KOVO컵 우승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만 해도 GS칼텍스는 완전한 ‘언더독’으로 평가 받았다. 흥국생명이 비시즌 동안 세계적인 레프트 김연경과 국가대표 세터 이다영을 합류시켜 기존 에이스 이재영과 함께 압도적인 라인업을 완성시켰기 때문이다. 흥국생명은 조별리그에서부터 준결승까지 4경기에서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경기력으로 이런 세간의 기대를 웃도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언더독’은 ‘미친개’ 작전으로 그런 평가에 정면 도전했다. 지더라도 분위기를 살려 끝까지 물고 늘어지자는 정신으로 선수들은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의 전술을 완벽히 소화했다. 레프트 강소휘(서브 1득점)를 앞세운 GS칼텍스의 강서브는 71개 중 39개나 이재영에 몰렸다. 준결승까지 김연경보다 리시브 기록이 좋지 않았던 이재영을 공략한 것이다. 이재영(리시브효율 35.9%)의 리시브가 흔들리자 흥국생명의 공격은 레프트 일변도(김연경+이재영 공격점유율 66.93%)로 단조롭게 이뤄졌다. 이를 노려 러츠(206㎝·블로킹 4득점) 문명화(189㎝·유효블로킹 8개)의 ‘트윈타워’가 김연경(192㎝) 등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었다.

공격도 불을 뿜었다. 러츠가 25득점(공격성공률 42%)으로 흥국생명을 맹폭했고, 이소영도 18득점(성공률 36.84%)을 올리며 초반 기세를 이끌었다. 강소휘(14득점·성공률 48.15%)는 중요한 길목마다 화끈한 득점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무엇보다 주효했던 건 조직력과 분위기다. 김연경의 강타도 모든 선수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몸을 던진 GS칼텍스의 끈끈한 수비엔 번번이 막혔다. 덕분에 GS칼텍스 공격진들은 수비의 견고함을 믿고 강하게 흥국생명의 코트에 볼을 꽂을 수 있었다.

반면 주전 세터와 레프트가 바뀐 흥국생명은 조직력이 완전하지 않았다. 박미희 감독도 경기 후 “세터는 공격수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서로 믿음을 쌓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다영과 루시아의 호흡을 지적했다.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야니스 아데토쿤보(밀워키 벅스) 등 타 종목의 에이스들은 ‘원맨쇼’가 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수비부터 연결, 공격까지 한 부분이라도 삐걱되면 효과를 발휘할 수 없는 게 배구의 묘미다. 이날 김연경의 공격성공률은 28.57%였다. GS칼텍스의 ‘파란’은 다가올 V-리그 시즌 구도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