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돼지는 일반 돼지보다 희소해 ‘고급’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덕분에 국내산 흑돼지의 시중 판매가격은 일반 돼지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사육·판매되는 흑돼지의 기원을 따져보면 ‘토종’이라는 이름표를 붙이기 어렵다. 흑돼지 농가의 87%는 외국산 품종을 들여와 사육해 판매하는 수준에 머무른다. 수입산보다 비싸게 거래되지만 내용물 자체는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발빠른 국산 품종 보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농림축산검역본부 국가가축방역통합시스템(KAHIS)에 따르면 국내에서 사육 중인 흑돼지는 2018년 기준 18만9048마리에 달한다. 통계청 가축동향 조사에 따르면 같은 해 4분기 기준 전체 사육 돼지는 1133만2812마리로 집계된다. 국내 사육 돼지의 1.7% 수준일 정도로 희소성이 있다.
이는 국내산 흑돼지 판매가격을 높이는 요인이기도 하다.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는 국내산 흑돼지 오겹살은 이날 기준 600g당 평균 2만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국산 돼지 브랜드인 한돈에서 판매하는 일반 돼지 오겹살(약 1만4000원)보다 비싸게 판매된다.
문제는 비싼 가격에 유통되는 흑돼지가 실제로는 순수 국산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축산경제연구원의 2018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농가 중 87%가 버크셔 등 수입산 품종을 활용한다고 답했다. ‘난축맛돈’ 등 국내에서 개발된 일부 국산 품종을 제외하면 수입산 돼지와 동일한 품종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공급되는 수입산 돼지고기와 제품은 비슷한데 가격만 높은 셈이다. 스페인산 듀록 흑돼지 오겹살이 이날 기준 ㎏당 1만3000원대에 판매된다는 점과 대비된다.
일종의 시장 왜곡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산 품종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이 2015년 개발해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등재한 ‘우리흑돈’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2016~2018년 3년간 시범 보급 이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종돈(씨돼지) 보급에 나섰다. 400마리의 종돈을 번식해 수입산 흑돼지를 순수 국산으로 대체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대체까지는 상당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농진청 관계자는 “3년 후면 산술적으로 5만 마리까지 증식이 가능해 25% 정도 국내 시장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