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재난은 인간의 생태계 훼손에서 비롯된 재앙 전조

입력 2020-09-07 00:02
이성호 연세대 신학과 강사가 6일 영상회의 플랫폼 줌을 통해 서울 새민족교회 성도들에게 강연하고 있다. 줌 캡처

기후위기 시대에 그리스도인으로서 이웃한 동물의 생명도 존중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하나님의 창조세계 안의 같은 피조물이란 입장에서 동물들의 고통에 민감해지자는 제안이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와 한국교회환경연구소는 ‘2020 교회와 함께하는 생태환경 신앙강좌’의 하나로 6일 서울 새민족교회(황푸하 목사) 성도들과 온라인 화상회의를 진행했다. 생태환경 신앙강좌는 한국교회가 직면한 기후위기와 생태계 파괴를 신앙의 문제로 고민하며, 창조세계 회복을 위해 교회가 참여할 지점은 어디인지 모색해보는 연속 강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세대 신학과 강사인 이성호 박사가 ‘기후위기 시대에 이웃 생명 바라보기’란 제목으로 강연했다. 생태 신학을 전공한 이 박사는 먼저 기후위기의 현실을 짚었다. 그는 “올해는 코로나19에 긴 장마와 더불어 잇단 태풍까지, 재난의 시대로 부를 만하다”면서 “재난의 강도가 세지고 빈도도 잦아져 기후변화란 말이 기후위기, 기후재난으로 대체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박사는 코로나19와 동물 생태계 훼손이 연관성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간 문명이 발달하면서 야생동물의 서식지인 숲을 훼손하는 정도가 심해져 바이러스를 보유한 박쥐와 같은 동물들과 접촉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인수공통감염병의 주기적 유행과 같은 위기는 생태계의 고리들이 하나둘 끊어져 전체 붕괴란 재앙의 전조로서 봐야 한다는 해석이 담겨있다.

이 박사는 이웃한 생명인 동물에 대한 신학적 이해를 위해 최신 인지동물행동학 연구 경향을 소개했다. 이 박사는 “침팬지의 거울 테스트를 통한 자기인식 발견, 코끼리의 애도 행동 등의 감정표현 사례 등을 통해 인간만이 아니라 동물에서도 감정이나 자의식, 사회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탈(脫)인간중심주의적 성서 해석의 경향으로서 창세기 2장과 로마서 8장 등의 말씀을 통해 동물 역시 사람과 마찬가지로 하나님이 흙으로 빚은 피조물이라는 관점도 소개했다.

이 박사는 대한성공회 청주산남교회의 ‘동물들을 위한 기도문’을 낭독하며 강연을 마쳤다. 기도문은 “유기되고 학대받는 동물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잔혹한 사냥행위로 살육당하는 동물들을 위해 기도합니다”라며 “우리에게 새 마음을 주시어 피조물들의 고통을 나의 고통처럼 느낄 수 있게 해 주소서”라고 간구한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