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150장 받고 5만장 기부… 어느 농민의 K방역

입력 2020-09-07 04:08
강원도 화천군에 마스크 5만장을 기부한 군민 손병천(왼쪽)씨가 지난 4일 군청 앞에 쌓인 마스크 상자 앞에서 최문순 군수와 악수하고 있다. 화천군 제공

‘150장의 마스크가 5만장으로 되돌아왔다.’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에서 축산업에 종사하는 손병천(65)씨는 지난달 군청으로부터 코로나19 마스크 150장을 ‘개인 방역 필수품’ 명목으로 지원받았다. 마스크를 살 돈이 없지도, 구할 수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화천군은 전 주민을 위해 무료 마스크를 마련했던 터였다.

손씨는 군청과 담당 공무원들의 마음 씀씀이를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곧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마스크를 받은 다음날 군청을 찾아가 1000만원 상당의 마스크 5만장을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그는 처음부터 익명으로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알렸다. 하지만 군청은 “좋은 일이니 알리자”며 인적사항 공개를 청했고, 그래도 손씨는 여러 번 거절했다.

결정적인 건 최문순 군수의 부탁이었다. “마스크 기탁이 우리 공무원은 물론 생계가 위축돼 고난을 겪는 군민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란 군수의 말에 그는 이름 공개를 받아들였다. 손씨는 지난 4일 군청에서 열린 5만장 마스크 기탁식에 참석해 최 군수와 악수를 나눴다. 단 150개의 마스크가 333배나 불어나 5만장으로 바뀌어 돌아온 날이었다.

그는 “다른 어려움도 많을 텐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따른 마스크 착용 의무화 시행을 앞두고 마스크를 군민 모두에게 보내준 화천군의 배려가 너무 고마웠다”고 말했다. 이어 “군민의 한 사람으로서 건강한 일상을 되찾는 일에 동참하고 싶어 행한 일”이라고 했다.

“이 마스크가 모든 사람이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날을 하루라도 앞당길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화천군은 손씨로부터 기탁받은 마스크를 일단 비축했다, 수요가 더 커지면 군민들에게 나눠줄 계획이다. 최 군수는 “힘든 상황을 조금이라도 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 방역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화천군은 지난 1일 마스크 착용 의무화 행정명령을 발동하기에 앞서 모든 군민에게 마스크 140만장을 지원했다. 이 기간 실내는 물론 집회나 공연이 이뤄지는 실외에서도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화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