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 측이 유튜버와 인터넷 카페 운영자 등을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고발은 공직자에 대한 표현의 자유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로 이어진다. 폭넓은 표현의 자유를 옹호해 왔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최근 자신과 가족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제기한 매체 등을 잇달아 고소하며 논의에 불을 지피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전현직 법무부 장관의 고소·고발 움직임이 자칫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동시에 검증되지 않은 악의적인 가짜뉴스의 무분별한 유통에는 법의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법학자들은 우선 추 장관의 지위에 주목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6일 “법무부 장관은 공인이고, 공인에 대한 비판은 일반 사인보다 훨씬 더 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국내외의 판례”라며 “추 장관 측의 명예훼손 고발이 그리 적절해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추 장관이 비판과 검증의 대상이 되는 공적 인물인 만큼 감내해야 할 수인 한도도 높아져야 한다는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교회 지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 발언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이런 고심이 바탕에 깔려 있다. 문 대통령은 “정부를 비난하거나 대통령을 모욕하는 정도는 표현의 범주로 허용해도 된다. 대통령 욕해서 기분이 풀리면 그것도 좋은 일”이라고 언급했었다.
형사법 권위자인 조 전 장관 역시 공적 인물의 검증 과정에서는 폭넓은 표현의 자유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그는 2012년 9월 발표한 논문에서 “보통의 시민이 공적 인물에 대한 완벽한 정보를 가지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시민이 공적 인물에 대해 비판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허위사실이 제기됐다는 이유로 법적 제재가 내려진다면 표현의 자유는 심각하게 위축될 것이 명약관화하다”고 지적했었다.
여기에 법무부 장관이라는 지위는 다른 공직과는 구분되는 특수성을 가진 자리이기도 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도권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무부 장관은 수사지휘권을 가진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을 갖는다”며 “결국 자신이 지휘하는 조직에 수사를 요청하는 셈이 돼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인이라는 이유로 ‘악의적인 공격’까지 감내할 필요는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적 업무에 대한 비판이라면 감수해야 할 부분이 있지만 없는 사실을 날조하고 주워들은 소문으로 모욕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것까지 참을 의무는 없다”며 “표현의 자유라는 게 아무 말이나 막 하라고 주어지는 권리가 아니다”고 했다.
“편집과 망상에 사로잡힌 시민도, 쓰레기 같은 언론도 표현의 자유가 있다”던 조 전 장관도 같은 이유로 소송전에 나서고 있다. 그는 지난달 국대떡볶이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소하며 “허위사실 보도·유포 및 심각한 수준의 모욕에는 민형사상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SNS와 유튜브 등을 통해 허위사실이 폭발적으로 확산하는 최근의 미디어 특성에 주목하는 전문가도 있다. 이재경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는 “유튜버 등이 생산하는 정보가 표현의 자유를 주장할 수 있을 만큼 자격 요건을 갖추고 있는지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며 “정보의 시장에서 악재끼리 부딪치는 것인데, 반론을 가진 정보 소비자나 고객의 입장에서는 법에 기댈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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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보현 정현수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