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완전 폐지 반대… 헌재 결정과도 배치”

입력 2020-09-07 00:01 수정 2020-09-08 07:10
차희제(오른쪽) 생명대행진 조직위원장 등 생명운동가들이 5일 온라인 화상플랫폼 줌으로 열린 ‘제9회 생명대행진 2020’에서 낙태죄 폐지에 관해 토론하고 있다. 줌 캡처

“정부가 주장하는 생명 존중과 인권 최우선의 가치를 낙태법 개정안에서도 일관성 있게 추진할 것을 엄중히 촉구합니다. 우리 모두 작은 태아였음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합니다.”

차희제 생명대행진 조직위원장은 5일 온라인 화상플랫폼 줌(Zoom)으로 개최한 ‘제9회 생명대행진 2020’에서 성명을 낭독하다 이 대목에서 목이 멘 듯 잠시 울먹였다. 실시간으로 참여하던 140여명은 정적의 시간을 지켜봤다. 차 회장이 성명 발표를 마치자 참석자들은 ‘여성과 태아 생명 모두를 존중하라’ ‘낙태죄 완전폐지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프로라이프 의사회 변호사회 여성회가 주관한 이날 생명대행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비대면 화상회의로 진행됐다. 행사에 참여한 생명운동가들은 낙태죄 폐지가 생명경시 풍토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회적·경제적 이유로 진행되는 낙태의 예방을 위한 실질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로라이프 변호사회 윤형한 변호사는 “전면적 낙태 처벌 규정이 헌법에 불합치된다는 헌법재판소의 지난해 4월 결정문은 낙태를 전면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 전혀 아니다”며 “일부 여성단체들이 낙태의 전면 허용을 주장하는 것은 헌재 결정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모자보건법 제14조에 따라 5개 항의 낙태 허용 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윤 변호사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 질환 사유, 전염성 질환, 근친 간의 임신은 낙태 허용 사유에서 삭제돼야 한다”며 “강간에 의한 임신, 모체의 위험을 일으키는 임신의 경우에만 (낙태를) 존치하되 그런 상황에도 임신 중기인 22주 이전에만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22주 이후엔 임신중절이 아니라 살인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충분한 고민과 의견 수렴 없이 낙태를 손쉽게 허용하는 입법 움직임을 우려했다. 한국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신상현 수사는 1973년 미국의 낙태죄 폐지 후 생명 운동이 본격화하며 지난해 10여개 주에서 낙태금지법, 태아박동법이 통과된 사실을 언급했다. 그는 “미국 사회는 낙태죄 폐지 후 가치관 혼란, 가정 파괴 등의 사회 병폐를 경험했다”며 “선진국에서 실험이 끝난 나쁜 법을 다시 도입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불행의 길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케이프로라이프 송혜정 대표는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일부 여성 단체들은 태아 생명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며 “임신을 원치 않는 여성의 상황을 강조하며 낙태를 정당화한다”고 말했다. 프로라이프 대학생회 이지현 부대표는 “한부모지원법을 강화하고 남성의 양육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며 “미혼모의 경우 신원을 밝히지 않고 입양을 보장하는 익명 출산법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