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을 흡수하라.’ 정부가 한국판 뉴딜의 자금 공급 방안으로 내놓은 ‘뉴딜펀드’ 조성 취지이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갸우뚱하는 분위기다. 뉴딜펀드가 넘치는 유동성의 물꼬를 바꿀 정도의 매력을 지녔느냐는 시각이 많다. 다만 뉴딜펀드와는 별개로 주식시장에선 뉴딜펀드 정책 수혜 종목의 ‘2차 랠리’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6일 금융위원회가 추가로 내놓은 ‘뉴딜펀드 Q&A’에 따르면 “뉴딜 분야 성격상 불확실성이 크고 투자 기간이 길어 민간 자금이 선뜻 투자에 적극 나서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투자 매력이 낮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이어 “재정 지원을 통해 정책형 펀드의 위험 부담을 낮추고, 세제 지원을 통해 인프라펀드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라며 “투자자에게 적정 시점에 투자금을 회수(exit)할 수 있는, 예컨대 ‘세컨더리 마켓’(회수시장) 조성 방안 등 장치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투자자들의 불안에 대해 정부의 유인책이 효과가 있을 것이란 얘기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소 회의적이다. 현재 1270조원 넘는 부동자금이 뉴딜펀드로 방향을 틀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우선 정부의 낙관적 전망을 감안하더라도 펀드 수익률이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정부는 정책형 뉴딜펀드를 통해 ‘원금과 최소 1.5%의 수익률을 보장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2020년 7월 기준)는 연 0.94%다.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2020년 9월 3일 기준)은 각각 연 0.92%, 1.52%다.
정부의 말대로 해도 수익률이 채권과 별 차이가 없다. 초저금리로 인해 달아오르고 있는 현 주식 장세를 고려하면 뉴딜펀드 수익률은 ‘동학개미’의 눈길을 사로잡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10억원 이상의 큰돈은 부동산에, 억 단위는 주식시장에 들어가 있는 투자자들이 상당수”라며 “정부가 1.5% 수익률을 제시하는 수준이라면 투자처를 옮기는 투자자들이 과연 얼마나 되겠느냐”고 되물었다.
여유 자금이 많지 않은 20, 30대 일반 투자자들이 투자 기간이 긴 뉴딜펀드에 목돈을 장기간 묶어두기도 쉽지 않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오히려 “시중 유동성은 뉴딜펀드 쪽으로 옮겨지기보다 민간 부분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는 게 더 맞다”고 강조했다. 유동성 전환의 우선순위가 금융보다는 실물경제 분야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최근 가격 급등에 따른 부담으로 조정을 받는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업종) 주요 종목은 ‘한국판 뉴딜정책’ 추진으로 추가 동력을 얻게 됐다. 한국거래소가 공개한 KRX BBIG K-뉴딜지수 5종 편입 종목은 4개 업종 40개 회사다. 2차전지, 바이오, 인터넷, 게임 각 10개 회사로 업종별 뉴딜지수를 구성한다.
종합 뉴딜지수는 업종별 시가총액 상위 3개씩 12개를 담는다.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2차전지),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SK바이오팜(바이오), 네이버·카카오·더존비즈온(인터넷), 엔씨·넷마블·펄어비스(게임)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글로벌 정책 지원과 수요 성장 가능성이 높아지는 친환경 관련 기업을 성장주 내에서 차별화된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재찬 강창욱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