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을 입어 걷기가 힘든 환자의 재활 치료 시 로봇을 이용하면 보행 기능이 향상되고 통증이 줄어든다는 임상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림의대 한강성심병원 재활의학과 서정훈·조윤수·주소영 교수팀은 하반신 화상을 당해 보행이 어려워진 24~66세 환자 12명(남성 11명, 여성 1명)을 대상으로 2018년 1월부터 2019년 5월까지 입는 형태(웨어러블)의 보행 보조 로봇 ‘슈바(SUBAR)’를 적용해 재활훈련을 실시한 연구결과를 최근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다. 대상자들은 다리 중심으로 피부의 13~75% 화상을 입어 보행에 지장을 받는 이들이었다.
슈바는 다리를 받쳐주는 로봇 외골격과 보행을 돕는 운전 장치로 구성돼 있다. 환자가 외골격을 양쪽 다리에 착용하고 로봇의 힘을 빌려 걷는 방식이다. 당초 뇌졸중이나 파킨슨병, 척수손상 등에 의한 하반신 마비 환자의 재활을 돕기 위해 개발됐지만 한강성심병원이 국내 최초로 화상 환자의 재활치료에 도입했다.
연구 결과 환자가 느끼는 통증 지수(NRS)는 로봇 재활 전 6.9점 정도에서 재활 후 4.1점 정도로 39.7%가량 감소했다. NRS는 통증이 없는 상태를 0점, 상상할 수 없는 극심한 통증을 10점으로 표시한다.
보행 능력도 주변인 도움이 있어야만 겨우 균형을 잡을 수 있던 수준에서 혼자서 움직일 수 있는 정도로 좋아졌다. 환자가 6분간 걸을 수 있는 거리도 약 182m에서 279m로 53% 정도 증가했다. 6분 보행 검사는 자신의 속도로 6분간 걸을 수 있는 최장 거리를 측정하는 것으로 운동 능력을 평가하는 척도다. 근골격계 및 심혈관계 부작용은 없었다.
하반신 화상 환자에게는 보행 재활치료가 꼭 필요하다. 화상 흉터로 인해 서거나 걷는 등의 일상적 움직임이 어렵기 때문이다. 주소영 교수는 7일 “중증 화상으로 인한 화상 흉터(비대성 흉터) 탓에 관절이 구축됐거나 감각운동장애가 생겨 하반신 움직임이 어려운 경우 시행한다. 예를 들어 무릎을 제대로 굽혔다 펼 수 없어 서거나 걸을 때 균형을 잡기 어렵고 걷기, 계단 오르기 등 일상생활이 어려운 경우 재활 치료가 필요하고 이때 슈바 적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로봇 재활치료는 부족한 하지 기능을 로봇으로 보완할 수 있어 정상 보행 패턴을 효율적으로 익힐 수 있다. 환자마다 다른 근력, 무릎 높이, 운동 강도 등을 맞춤형으로 프로그래밍해 적용할 수 있어 이상적인 훈련이 가능하다. 로봇 재활은 관절 가동 범위와 보행 기능을 안정적이고 효과적으로 향상시킨다.
연구팀은 지금까지의 임상결과를 바탕으로 로봇 재활을 받은 화상 환자와 일반적인 재활만 받은 환자의 치료 효과를 비교·분석한 결과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로봇 치료의 피부 안정성을 검증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주 교수는 “화상 환자는 피부 손상이 심해 외부 자극에 민감하다. 이런 상황에서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하면 착용 부위 피부가 벗겨지거나 손상돼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 “로봇 착용이 흉터와 피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추가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컴퓨터의학 학술지(Computer methods in biomechanics and biomedical engineering) 최신호에 실렸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