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얼어붙은 소비에 큰 타격을 입었던 패션업계가 소비자와의 온라인 접점을 늘리는 방법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택했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채널에서 매출 감소가 계속 이어진데다 소비자들이 의식주 중 ‘의(衣)’ 소비를 크게 줄여버린 탓에 다른 돌파구를 찾아나섰다.6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현재 크라우드 펀딩 업체 와디즈에서는 세정 웰메이드컴, 한세엠케이 TBJ, 이랜드 스파오, 신원 지이크, 인디에프 테이트 등의 제품에 대한 펀딩이 진행되고 있거나 진행될 예정이다.
크라우드 펀딩은 대중을 뜻하는 크라우드(Crowd)와 자금조달을 뜻하는 펀딩(Funding)을 조합한 용어로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다수의 대중에게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말한다. 후원을 통해 목표 금액을 달성하면 해당 제품의 제작을 진행한다. 패션업계는 최근 크라우드 펀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와디즈에서 리워드형 펀딩 내 패션·잡화 분야는 235억원을 모집해 전년 대비 217% 성장했고, 1년간 2328건의 펀딩이 개설돼 오픈 건수는 149%가 늘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지난달 22일 펀딩을 시작한 테이트의 ‘이중직 오버핏 가디건’은 목표의 3500%를 초과했고, 지이크가 오는 14일까지 펀딩을 진행하는 ‘요가 셔츠’는 3일 기준 1000%를 넘어섰다. 스파오는 지난 1일 ‘캐시미어 블렌디드 스웨터’에 대한 펀딩을 시작했는데 이틀 사이 목표치의 3000%에 달하는 금액을 모았다. TBJ의 ‘일일 팬츠’ 펀딩은 오는 14일부터 진행되며 웰메이드컴의 FW 신상품 ‘D.I.Y 퀼팅자켓’은 오는 15일 오후 2시부터 정식 펀딩이 오픈된다.
업계가 최근 크라우드 펀딩에 적극 도전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꼽힌다. 코로나19로 나타난 비대면 트렌드에 대응할 수 있고, 최근 주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밀레니얼+Z세대 통칭)도 공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크라우드 펀딩이 패션 쪽으로 넘어온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며 “판매자 입장에선 마케팅 비용이 없고, ‘선주문 후제작’ 방식으로 재고 부담이 없다. 또 온라인 채널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비대면 트렌드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욱 세분화된 소비자의 취향 탓에 예측하기 어려워진 트렌드를 크라우드 펀딩의 성공 여부로 미리 살펴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아울러 온라인 소비층의 핵심으로 떠오른 MZ세대가 크라우드 펀딩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요소다. 크라우드 펀딩은 펀딩 기간을 포함해 제작까지 기본 2~3주가량이 소요돼 물건을 받아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MZ세대는 좋은 품질의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만 있다면 제품을 받아보기까지 긴 시간이 걸려도 기꺼이 감내하는 합리적 소비 성향이 강해 크라우드 펀딩에 크게 호응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는 크라우드 펀딩이 패션업계에서 지속적으로 활용될 것이라 전망했다. 코로나19 이후 더욱 높아진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을 뿐 아니라 MZ세대의 성향과도 잘 맞아떨어진다는 점에서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크라우드 펀딩은 펀딩이 실패할 경우 신제품 출시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위험 부담을 갖고 있다. 또 특정 제품을 단기간 집중 판매하는 프로젝트 형태인 탓에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규모를 확대하기보단 ‘팝업 스토어’처럼 일시적인 행사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