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대기시간 70분? 차라리 내가…” 바이크 타는 사장님들

입력 2020-09-04 00:07
사회적거리두기 2.5단계가 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무원들이 주문한 도시락을 받고 있다. 뉴시스

경기도 광명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최모(41)씨는 지난주부터 오토바이를 마련해 직접 배달을 시작했다. 배달대행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주문이 폭증하면서 배달 대기시간이 70분을 넘자 주문 취소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결국 주방은 아내와 처남에게 맡기고 최씨 본인이 직접 배달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최씨는 3일 “라이더(배달원)는 원래 비슷한 주문 여러 건을 묶어서 처리하는데, 갑자기 주문량이 몰리니 배달 시간이 너무 길어진다”며 “요즘은 단골 손님들에겐 ‘전처럼 전화로 주문하면 주인이 직접, 더 빠르게 배달해 드리겠다’고 말씀드리고 있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수도권에서 시행되면서 배달주문 앱이 호황을 맞았다. 하지만 주문량과 앱 입점 문의가 갑자기 폭증하면서 자영업자들은 자체 배달을 고민하고, 라이더들은 근무량 폭증을 호소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배달음식 주문량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지난달 30일 전후로 크게 늘었다. ‘배달의민족’은 지난달 24일부터 30일까지 전체 주문량이 지난 7월 마지막 주에 비해 26.5% 증가했다고 이날 밝혔다. 배달대행 업체 ‘바로고’가 공개한 지난달 30일 주문건수 역시 57만5000여건으로 7월 26일 45만7000여건에 비해 12만건 넘게 늘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과거처럼 자체 배달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자영업자도 늘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배달 반경을 1.5㎞ 내외로 하고, 배달이 가능한 메뉴를 최소화해 직접 배달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는 글이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배달주문 앱 입점 대기 기간을 기다릴 수 없어 등록을 아예 포기한 업체들도 있다. 서울 노원구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이모(56)씨는 “배달주문 앱에 입점 등록을 하려면 사업자신고증과 통장, 메뉴 사진 등을 일일이 준비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보름 가까이 소요된다고 들어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고 했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서류만 제대로 준비되면 입점까지 통상 1주일 정도 소요됐는데, 최근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입점 문의가 증가해 대기시간이 2주까지 늘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급증한 배달수요 탓에 라이더들만 특수를 누리고, 자영업자들은 손해를 본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라이더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반박한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이날 온라인 긴급 간담회에서 “라이더의 연봉이 1억원에 달한다는 기사까지 나오는데, 이런 소문이 라이더들을 굉장히 위험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하루 12시간 이상 장시간 위험하게 일하는 극히 일부 라이더의 상황을 업계 전반의 모습처럼 호도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배달 노동에 새롭게 진출하는 분도 많은데 ‘왜 나는 그렇게 못 벌지’라며 급하게 운전하거나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장시간 일하면 더 큰 사고를 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윤태 정현수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