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기상청 예보를 일반인도 손쉽게 비교하는 시대가 되면서 기상청의 예보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한국 기상청이 최근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태풍들에 대해서는 미국·일본 기상청에 비해 비교적 정확한 예측을 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에 따르면 3일 오전 2시20분쯤 부산 남서쪽 해안에 상륙한 제9호 태풍 ‘마이삭’은 이날 오전 6시30분쯤 강원도 강릉 인근 남쪽 동해 앞바다로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기상청이 1일 오전 10시 “마이삭이 3일 새벽 전후 경남 남해안에 상륙, 동쪽 지방을 지나 오전 중 동해안 인근 해상으로 진출하겠다”고 예상한 진로에 비해 실제 상륙 위치나 상륙·진출 시점이 크게 다르지 않다.
마이삭의 진로는 미국·일본 기상청 예보보다 한국 기상청 예측이 더 정확했다는 평가다.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는 지난 1일 마이삭이 남해안에 상륙한 뒤 우리나라 중앙을 관통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일본 기상청도 마이삭이 전남 지역에 상륙할 것으로 예측했었다.
제8호 태풍 ‘바비’의 진로 예측에서도 한국 기상청이 비교적 더 정확했었다. 기상청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바비가 26일 제주도 서쪽 해상을 지나 서해안을 따라 북상한 뒤 27일 오전 9시쯤 백령도 동북동쪽 부근 육상에 상륙하겠다”고 전망했었다. 반면 일본 기상청과 미국 JTWC는 나란히 바비가 황해도보다 북쪽인 신의주 부근에 상륙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바비는 한국 기상청 예측대로 27일 오전 5시30분쯤 황해도 옹진반도에 상륙했었다.
기상청은 태풍이 국가 재난사태에 밀접한 만큼 일반 기상현상보다 예보 역량을 특히 집중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기상청 관계자는 “정확한 예측을 위해 태풍 발생 시 업무를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태풍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국가태풍센터’를 별도로 산하에 두고 있다.
반면 지난 장마에는 부정확한 예보로 불만과 원성을 샀다. 일부 지역에선 당일 예보도 틀려 “실시간 중계라도 제대로 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이에 체코의 ‘윈디’ 등 유럽 국가의 기상청과 예보 업체를 찾는 이른바 ‘기상 망명족’이 늘기도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달 9일 “기상예보 공급자인 기상청과 수요자인 홍수통제소, 환경부 등이 함께 세밀하게 평가해 예보 적중률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한편 올 들어 우리나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마이삭 이후 북상 중인 제10호 태풍 ‘하이선’도 다음 주 우리나라를 지나갈 것으로 예상돼 피해가 우려된다. 기상청은 서해상으로 이동한 바비나 동해안·남부지방 일부를 훑은 마이삭과 달리 하이선은 오는 7일 남해안에 상륙한 뒤 우리나라 내륙을 남북으로 길게 가로질러 북한에 도달하는 경로가 유력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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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