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교육계 주류는 ‘전교조 네트워크’… 교육정책 ‘좌지우지’

입력 2020-09-04 00:03

문재인정부 출범 후 교육 분야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약진이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와 교육부, 시·도교육청의 최상층부와 핵심 요직들이 전교조 출신과 친(親)전교조 인사들로 채워져 있다. 유·초·중등 정책 전반이 전교조 네트워크에 ‘아웃소싱’되고 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김진경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 의장

전교조 출신 가운데 꼭짓점에 위치한 인물로 거론된다. 전교조 초대 정책실장을 지냈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 3인방을 일컫는 ‘3철’ 가운데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의 고교 은사다. 양 전 원장을 운동권으로 이끈 인물로 알려져 있다. 교육부 직원들은 2018년 대입 공론화 당시 “김상곤 부총리보다 더 센 거 같다”는 평가를 했었다.

국가교육회의는 중장기 교육 정책을 논의하려고 만든 신설 기구다. 당초 문 대통령이 직접 의장을 맡을 것으로 알려질 정도로 비중 있는 기구다. 국가교육위원회 체제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도 하고 있다. 여권은 정치권력 변화에 교육 정책이 더 이상 휘둘리지 않도록 한다는 이유를 들어 국가교육위를 초(超)정권적 기구로 추진 중이다. 교육계에선 김 의장이 초대 위원장이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국가교육회의 위원으로는 전교조 출신인 서길원, 안혜정 교사가 위촉돼 활동하고 있으며 전교조 성남지회 사무국장 출신 등 복수의 전교조 인사들이 지원 조직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광호 전 청와대 교육비서관도 상근위원 겸 기획단장으로 국가교육위에 합류할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친전교조 인사로 분류되는 이 전 비서관은 혁신학교인 이우학교 교장을 하다가 청와대 비서관으로 발탁된 인물이다.

국회 교육위원회에서도 전교조 입김이 커질 전망이다. ‘전교조 저격수’로 불린 전희경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 같은 인물이 지난 총선에서 고배를 마셨고, 전교조 서울북부지회 지회장 출신인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이 입성했다.

교육부 학교혁신지원실

학교혁신지원실장은 교육부에서 유·초·중등 교육 정책을 총괄하는 최고위직 중 하나다. 문재인정부 초대 실장이 전교조 경기지부장 출신의 이중현씨다. 이 전 실장은 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다 전격 발탁됐다. 이 전 실장은 화투 도박 전력 때문에 발탁 당시에도 뒷말이 무성했다. 실장 자리는 전교조 조직국장을 지낸 김성근 전 실장이 이어받았다. 전교조 해직교사 출신인 김 전 실장은 평교사에서 장학관으로 2단계를 특진한 뒤 충북교육청 단재교육연수원장을 거쳐 교육부 본부에 입성하는 ‘초고속 승진’으로 주목받았다.

학교혁신지원실 내 학교정책과는 전교조의 ‘브랜드’인 혁신학교와 고교체제, 공교육정상화 등을 담당하고 있다. 자율형사립고와 특수목적고, 국제고 폐지도 학교정책과 소관이다. 이성희 학교정책과장은 전교조 인천지부 사무처장을 지낸 인물이다. 학교혁신지원실은 교원정책과 교원단체 정책 기능도 있다. 전교조 출신들이 교원과 교원단체 업무 담당자들의 직속 상관으로 온 셈이다.

공석인 교육과정정책관(국장)에도 전교조 서울지부 출신이 내정됐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교육과정정책관은 국가 교육과정 수립과 교과서 업무 등을 수행한다. 유·초·중등 학생에게 무엇을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가르칠지 정하는 위치다. 국가교육위 추진과 맞물려 교육부 권한을 교육청으로 넘기는 업무도 현재 교육부에서 전교조 출신이 주도하고 있다.

시도교육청과 교육감협의회

김 전 실장은 지난 1일 인사에서 충북 부교육감으로 이동했다. 전교조 출신이 교육감과 부교육감을 차지한 케이스다. 과정도 굉장히 시끄러웠다. 교육부 안팎에서 흘러나온 얘기를 종합하면 김 부교육감은 실장 재임 말미에 부교육감을 희망했다고 한다. 그러나 부교육감은 교사 출신인 교육전문직(장학사·장학관 등)이 아닌 행정고시 중심의 일반직이 주로 가는 자리였다. 지난해 전문직이었던 남부호 당시 교육과정정책관이 대전 부교육감으로 발령 났을 때도 일반직들이 강력 반발했었다. 당시에도 여당 유력 정치인이 밀어준 결과라는 소문으로 시끄러웠다. 대전에 이어 충북마저 전문직이 차지하면 일반직들의 불만이 폭발할 수 있었다. 결국 남 부교육감이 자리를 내놓고 서울교육청 장학관 발령을 받았으며 김 부교육감은 목적을 달성했다. 교육부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전문직인 남 장학관이 밀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교육부 안팎에선 전교조 네트워크의 힘을 보여준 사례로 언급되기도 한다.

전교조 출신이 시·도교육감인 지역은 광주 인천 울산 세종 강원 충북 충남 전남 경남 제주 등 10곳이다. 서울 부산 경기 전북 등 4곳은 친전교조 성향으로 분류된다. 서울은 전교조 부위원장을 지낸 한만중 교육감 비서실장이 서울교육청을 움직이는 실세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은 전교조 1세대인 최교진 세종교육감이 맡고 있다. 시도교육감협의회 실무를 총괄하는 한민호 사무국장도 전교조 해직교사 출신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문재인정부에서 추진된 교장공모제 확대로 전교조 출신 교장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전교조가 문재인정부 들어 교육계 ‘주류’로 자리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지만 전교조 출신을 모두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로 뭉뚱그려 이해하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교조 내부에는 민족해방(NL)-민중민주(PD) 계열을 축으로 여러 분파가 있었고, 같은 분파여도 일부는 뜻이 맞지 않아 전교조 밖으로 뛰쳐나가기도 했다. 전교조 출신이라는 점만으로 모두를 한 울타리에 넣어 규정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