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은 동료들의 실수를 의식하지 않고 던졌다. 그것이 바로 에이스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찰리 몬토요(55) 감독은 수비 불안과 주루 실수로 힘을 잃을 법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승리를 이끈 제1선발 류현진(33)의 능력을 평범하지만 가장 상징적인 ‘에이스’라는 말로 설명했다. 류현진이 타선·야수의 미흡한 경기력을 투구로 만회해 팀의 2연패를 끊고 시즌 3승을 달성했다.
류현진은 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말린스파크에서 마이애미 말린스를 2대 1로 이긴 메이저리그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을 5피안타 2볼넷 1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됐다. 류현진은 올 시즌 8경기에서 3승 1패 평균자책점 2.72를 기록하고 있다.
토론토 타선은 이날 실수를 연발했다. 지난 1일 마이애미에서 토론토로 트레이드된 3번 타자 겸 2루수 조나단 비야가 유독 불안했다. 비야는 1회초 2사 때 좌전 안타를 치고 나갔지만 불필요한 주루로 2루에서 아웃됐다.
2회말 수비 땐 비야의 미흡한 판단과 실책으로 위기를 자초했다. 마이애미 선두타자 브라이언 앤더슨의 플라이성 타구는 비야와 1루수 로우디 텔레즈, 우익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사이로 떨어져 안타가 됐다. 이어진 무사 1루 때 마이애미 후속타자 코리 디커슨의 내야 땅볼성 타구는 병살코스였지만, 비야는 송구 실책으로 타·주자를 모두 잡지 못했다.
류현진의 진가는 위기에서 발휘됐다. 1사 2·3루로 몰린 위기에서 타자 호르헤 알파로, 재즈 치점을 연달아 삼진으로 돌려세워 실점 없이 2회말을 끝냈다. 기세를 잡은 류현진은 3회말 두 번의 투수 앞 땅볼과 삼진으로 직접 삼자범퇴를 완성했다.
토론토 타선은 5회초 선취점으로 류현진에게 화답했다. 무사 1루 때 루이데스 구리엘 주니어가 좌중간 담장을 넘긴 투런 홈런을 때려 2점을 뽑았다. 류현진은 같은 회 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리드오프 존 베르티부터 3번 타자 개럿 쿠퍼까지 3타자 연속 안타를 맞고 1점을 빼앗겼지만, 더 이상의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불펜은 2-1로 앞선 7회말부터 실점하지 않아 류현진의 승리를 지켰다.
류현진을 향한 찬사가 이어졌다. 몬토요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미국 언론들과 화상 인터뷰에서 “(2회말에) 잡지 못한 플라이와 송구 실책 같은 동료들의 실수에도 류현진은 자신만의 공을 던졌다. 매우 뛰어났다”며 “그것이 바로 에이스다. 그래서 류현진은 필요한 선수”라고 말했다.
‘적장’이자 LA 다저스 투수 시절의 ‘스승’인 돈 매팅리 마이애미 감독도 류현진을 인정했다. 매팅리 감독은 “류현진이 구속을 자유자재로 조절하고 다양한 구종을 던진다. 공략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래도 타자를 곤경에 빠뜨린다”고 말했다. 매팅리 감독은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인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다저스를 지휘했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닷컴의 키건 매티슨 기자는 “토론토 선수 절반은 류현진에게 빚을 지고 있다. 저녁 식사라도 대접하라”고 제안했다. 토론토는 구단 SNS 계정에 당신을 뜻하는 ‘유(You)’를 ‘류(Ryu)’로 변형해 “당신은 손도 댈 수 없다(Ryu, can’t touch this)”는 설명과 함께 에이스를 자랑이라도 하듯, 류현진의 투구 사진을 올려 주목을 끌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