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들은 부동산 가격 폭등의 원인을 ‘공급 부족’에서 찾는다. 한국경제학회가 최근 공개한 경제학자 설문조사를 보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려면 적극적인 공급 정책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78%나 됐다. 이에 대해 과밀화한 수도권 내에 개발할 땅이 더 있느냐는 반론이 제기된다. 설령 부지를 확보한다 해도 건설기간을 고려하면 공급까지 너무 오래 걸린다는 지적도 덧붙는다. 발상의 전환을 하면 152만가구 가까운 ‘빈집’이 해법의 단초가 될 수 있다.
3일 통계청 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빈집은 지난해 기준 151만7815가구로 아파트가 83만5478가구로 가장 많다. 33만4226가구인 단독주택을 합하면 당장 활용 가능해 보이는 빈집만도 100만가구를 넘는다. 그렇다고 농촌 지역의 폐가가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7~9월 조사한 결과 농촌 빈집은 6만1317가구에 불과하다.
이는 ‘빈집=농촌 폐가’라는 짐작을 무색하게 만든다. 서울과 인천만 해도 각각 9만3402가구, 6만6695가구의 빈집이 있다. 경기도는 27만8815곳이 빈집으로 분류돼 전국에서 빈집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꼽힌다. 서울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빈집이 늘어나고 있다.
공급 부족이라는 일각의 지적과 빈집 증가세가 공존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노후화’가 꼽힌다. 집주인이 돈을 들여 리모델링할 여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낡은 집을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보니 임대 매물로 매력이 떨어져 방치된다. 그렇다고 집을 내놓는 경우도 적다. 수도권의 경우 재개발·재건축 호재가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심리가 빈집을 움켜쥐고 있도록 만든다. 도심 외 빈집은 팔리지 않아 갖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런 빈집을 잘 활용하면 공동화 현상을 해결하면서 부족한 주택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일본의 ‘빈집 뱅크’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방자치단체나 건축협회 등을 통해 등록된 빈집에 살고 싶은 이가 있으면 지방정부 예산으로 리모델링을 지원하는 식이다. 집주인은 리모델링을 지원받는 대신 의무적으로 무상임대나 또는 저렴한 임대료를 책정한다. 리모델링만 하면 곧바로 들어가 살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한국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다. 국토교통부는 빈집을 공공임대주택으로 개발하는 방안과 함께 한국형 빈집 뱅크 모델 도입을 검토 중이다. 아직은 입안단계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전국 빈집 통계가 완벽하지 않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한 뒤 대책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문제 장기적 해법을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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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