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법원의 합법 취지 판결, 전교조 거듭나는 계기 삼아야

입력 2020-09-04 04:01
법외노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합법화 길이 열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어제 박근혜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를 위법으로 최종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전교조가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낸 법외노조 통보 취소 소송에서 정부 통보를 적법하다고 본 1, 2심 판단과는 달랐다. 대법원은 법외노조 통보가 단순한 지위 박탈이 아니라 노조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며, 노동3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법외노조는 노동조합법상 노동쟁의 조정,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을 할 수 없다.

대법원의 최종 결론이 내려지기까지 7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쟁점은 ‘교원이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교원노조법과 노동조합법 규정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였다. 박근혜정부는 전교조가 해직교원 9명을 조합원으로 뒀다는 이유로 2013년 법외노조를 통보했고, 전교조는 소송으로 맞대응하며 지금에 이르렀다. 정치적·사회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이었다는 방증이다.

보수와 진보의 온도차가 존재한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은 최종심으로, 이를 거부할 수단이 없다.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도 부합한다. 문재인정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 방침에 따라 해직자의 노조 활동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노동조합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대법원 판결과 관계없이 전교조는 합법화된다. 제2의 전교조 사건 같은 논란도 막을 수 있다. 대법원 판결이 나온 마당에 여야가 합의안 도출을 더 미룰 까닭이 없다.

대법원 판결로 당장 전교조가 합법화되는 건 아니다. 파기환송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법외노조 지위가 유지된다. 이와 별개로 대법원 3부는 같은 날 열린 재판에서 전교조가 낸 법외노조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럼에도 전교조 합법화는 오늘이냐, 내일이냐의 문제만 남았다.

전교조가 1989년 교육 민주화와 참교육 실천을 기치로 내걸고 출범할 때만 해도 국민의 기대가 컸다. 성원도 뜨거웠다. 그랬기에 10년 뒤 교원노조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합법노조 지위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를수록 참교육 실천이라는 초기의 순수한 취지는 퇴색하고 정치투쟁에 골몰하면서 민심과 멀어졌다. 전교조가 국민과 함께 호흡하는 참교육 실천에 매진했다면 박근혜정부가 법외노조 통보라는 강수를 쉽사리 두지는 못했을 거다. 전교조가 참교육 실천의 초심으로 돌아올 때 떠난 민심도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