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조 뉴딜펀드 조성… 관제펀드 우려는 여전

입력 2020-09-04 04:03
문재인정부 후반기 핵심 국정과제인 ‘한국판 뉴딜’을 뒷받침할 뉴딜펀드의 구체적인 조성 계획이 공개됐다. 정부가 직접 재정을 투입하는 정책형 뉴딜펀드, 세제 혜택으로 지원하는 뉴딜 인프라펀드, 제도 개선을 통해 지원하는 민간 뉴딜펀드가 동시에 가동될 계획이다. 정책형 뉴딜펀드는 공공 부문이 5년간 7조원을 출자해 모(母)펀드를 조성하고 민간자금 13조원을 매칭해 자(子)펀드를 결성한다. 이렇게 조성되는 20조원은 그린스마트스쿨, 수소·전기차 개발, 데이터센터 구축 등 뉴딜 관련 사업에 투자된다. 공공 부문이 조성하는 모펀드가 후순위 출자를 맡아 투자 위험을 우선 부담하도록 설계됐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원금 보장은 아니지만 사실상 원금 보장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을 부동산과 같은 비생산적인 부문에서 생산적인 부문으로 이동시킨다는 측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갈 곳 없는 여유자금을 흡수해 뉴딜 관련 사업의 성공을 이끌고, 투자자들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지속적으로 제공한다면 최상의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상당한 투자 손실이 발생할 경우에는 정부가 우선 커버하는 구조여서 결국 세금으로 손실을 메꾸는 셈이 된다.

또 하나의 ‘관제·관치 펀드’ 아니냐는 우려도 여전하다. 관제 펀드는 관련 정책의 지속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용두사미가 되고 만다. 이명박정부의 ‘녹색펀드’와 박근혜정부의 ‘통일펀드’가 그랬다. 정권 교체 등으로 투자 대상인 국가적 프로젝트가 바뀌면서 펀드 수익률도 고꾸라진 것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응해 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에 투자하는, 문재인정부 첫 번째 관제 펀드라 할 수 있는 ‘필승코리아펀드’는 출시 1년 만에 5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아직 1년밖에 지나지 않아서 성공 사례로 못 박기는 이르다. 문 대통령은 “뉴딜펀드와 뉴딜금융으로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를 열 것”이라고 했다. 정책의 지속성이 확보돼야만 뉴딜금융이 반짝 떴다 사라진 녹색금융, 창조금융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