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상륙한 ‘마이삭’ 영남·동해안 강타… 주민 긴급 대피령

입력 2020-09-03 04:07
제9호 태풍 ‘마이삭’이 2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 남쪽 약 240㎞ 해상을 시속 23㎞로 북진하고 있는 모습이 천리안위성 2A호 적외영상에 포착됐다. 그 아래에 몸집을 불린 제10호 태풍 ‘하이선’의 모습도 보인다. 마이삭은 우리나라 내륙을 관통하는데다 2003년 큰 피해를 낳은 태풍 ‘매미’와 비슷한 진로로 접근하고 있어 큰 피해가 우려된다. 기상청 화면 캡처

제9호 태풍 ‘마이삭’이 3일 전국에 강한 바람과 함께 많은 비를 뿌릴 예정이다. 2003년 우리나라를 강타한 태풍 ‘매미’와 진로와 세기 면에서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상당한 피해가 우려된다.

기상청은 ‘마이삭’이 3일 새벽 경남 거제와 부산 사이 지점에 상륙해 이후 영남과 동해안 인근 도시를 관통할 예정이라고 2일 밝혔다. 태풍 진로가 내륙을 관통한다는 점에서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윤기한 기상청 통보관은 “중심기압·풍속 면에서 마이삭이 과거 매미 급의 태풍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태풍 매미로 인해 당시 132명의 사상자와 5조원에 육박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제9호 태풍 ‘마이삭’이 북상하고 있는 2일 오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앞바다에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마이삭은 3일 새벽 경남 거제와 부산 사이 지점으로 상륙해 이후 영남과 동해안 인근 도시를 관통할 예정이다. 부산=최현규 기자

마이삭의 영향으로 3일 0시 기준으로 전국에 태풍특보가 발효돼 있으며 이날 전국 대부분 지역에 강한 바람이 예상된다. 기상청은 제주도와 경상해안에서 최대순간풍속이 초속 30~50m인 강한 바람이 불겠다고 내다봤다. 경상해안 일부 지역에는 최대순간풍속이 초속 50m 이상인 곳도 있겠다.

기상청은 3일까지 서울과 경기도, 강원영서, 충청도, 전북·경북에 100~200㎜의 비가 오고, 강원영동·경북동해안·경남·전남·제주도에는 100~300㎜의 비가 내리겠다고 내다봤다. 일부 지역에는 400㎜의 많은 비가 내리는 곳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에는 3일 곳에 따라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50㎜ 내외의 매우 강한 비가 올 것으로 예측된다고 기상청은 전했다.

마이삭이 근접하며 강한 비바람이 몰아친 제주에는 태풍 피해가 잇따랐다. 이날 하루 제주지역에서는 강풍에 전깃줄이 끊어지며 3만1000여가구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 시내 곳곳의 신호등이 휘고 가로수가 쓰러져 인근에 주차돼 있던 차량을 덮치는 등 오후 7시 기준 90건의 시설물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이날 제주시에 300㎜에 가까운 많은 비가 내리면서 제주도는 오후 6시쯤 외도동 월대천 일대에 주민 대피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날 제주를 기점으로 운항 예정이던 총 392편의 항공편 가운데 372편이 결항됐으며 여객선 운항도 모두 통제됐다.

이날 오후 8시를 기해 태풍경보가 내려진 부산에선 거가대교, 해운대 마린시티 해안도로, 광안리 해수욕장 해안도로 등 운행이 전면 통제됐으며, 광안대교도 선별적으로 운행이 통제됐다. 부산-김해 경전철 운행도 중단됐으며, 경부선과 동해선 일부 구간도 3일 낮까지 운행이 중단될 예정이다. 경남에서도 이날 밤 1229가구, 총 2606명이 사전 대피했다.

한편 지난 1일 오후 9시 괌 부근 해상에서 발생해 북상 중인 제10호 태풍 ‘하이선’도 오는 7일쯤 경남 지역을 강타할 것으로 예상돼 더 큰 피해가 우려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올 들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 태풍들과 달리 하이선은 우리나라 내륙을 세로로 길게 관통할 것으로 전망돼 전국이 태풍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김지애 기자, 제주=문정임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