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사진) 산업은행 회장 임기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자연스레 후임이 누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현재로선 하마평이 없고 청와대도 함구하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선 이 회장 연임을 예상하는 분위기다.
임기 내 구조조정 등 과업을 잘 수행했으며 아시아나항공 등 미완에 그친 과제들도 산적하다. 다만 이 회장이 과거 거취를 두고 피로를 호소한 만큼 연임 대신 임기만 채우고 자리를 떠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정 동반자… 아시아나 등 과제 ‘산적’
은행권에 따르면 이 회장 임기는 오는 10일 끝난다. 이날부로 3년 임기를 꽉 채운다. 역대 회장 가운데 임기를 마친 이는 드물다. 연임 사례도 찾기 힘들다. 정권에 따라 운영 방침이 바뀌는 구조라 산은 회장은 임기를 완주하기 어려운 자리라는 게 전언이다. 이 회장이 연임하면 2000년대 들어 최초 사례가 된다.
연임을 무게가 실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그의 업적이다. 이 회장은 취임 후 금호타이어·성동조선해양·한국GM·STX조선해양·동부제철 등 구조조정을 묵묵히 해결했다. 현 정부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 회장은 2017년 5월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 후보 캠프에 입성, 경제정책을 함께 꾸렸다. 그는 이를 벗 삼아 현 정부 초대 금융위원장으로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구조조정 과제들도 남았다. 특히 아시아나항공 매각불발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달 말 정몽규 현대산업개발(현산) 회장을 만나 공동투자라는 파격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산은과 현산이 1조5000억 원씩 출자해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에 투입한다는 방안이다. KDB생명 매각작업도 진행 중이다. 산은은 JC파트너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뒤 주식매매계약 체결 논의를 하고 있다. 이밖에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국책은행 역할이 어느 때보다 커진 것도 사실이다.
“충분히 피곤”… 진의 파악 부심
‘책임론’에 따라 이 회장에게 거는 기대치는 높지만 관건은 청와대다. 산은 회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이와 관련해 “좀 더 지켜보자”며 말을 아꼈다. 당사자인 이 회장 의중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6월 간담회에서 대외적으로 업무 피로를 호소한 적이 있다. 당시 그는 “주어진 일에만 전념해도 내 시간이 부족하고 충분히 피곤하다”며 “다음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임기 만료 3개월을 앞두고 미리 ‘선을 그었다’는 평이다. 이런 이유로 연임 제안을 받더라도 자리를 물러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산은 관계자는 “연임과 관련해 전혀 들은 바가 없다”며 “아시아나 매각과 엮기도 하는데 임기가 끝난 것도 아니고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송금종 쿠키뉴스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