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충격에도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실적은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BIS(국제결제은행) 비율과 유동성커버리지 비율과 같은 재무적인 체력은 전년과 비교해 떨어졌다. 게다가 하나금융과 KB금융지주는 지주사 재무안정성 지표인 ‘이중레버리지 비율’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는 추세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하나·우리·농협 등 국내 5대 금융지주사의 올해 상반기 성적은 우려와 달리 상대적으로 감소 폭이 줄었다. KB금융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조711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8%(1,255억원) 감소했다. 이어 신한금융지주 1조8055억원(-5.7%), 하나금융지주 1조3460억원(+11.75%), 농협금융지주 9102억원(-8.7%)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우리금융의 경우 올해 상반기 감소 폭(-44%)이 지주사 가운데 가장 컸다. 대손충당금으로 인해 비용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다만 재무건전성과 안정성 지표인 BIS비율, 유동성커버리지 비율 등은 전년과 비교해 하락하면서 기업의 기초체력은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주요 금융지주사별 BIS비율을 전분기와 비교해보면, KB금융지주는 14.13%로 0.81%p, 하나금융지주 14.08%로 0.61%p , 신한금융지주는 14.10%로 0.17%p 하락했다. 다만 NH농협금융지주(13.91%) , 우리금융지주(12.70%)는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BIS자기자본비율은 은행의 자본적정성을 평가하는 지표로 위험가중자산액에 대해 자기자본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금융당국 및 외부 신용평가기관에 의한 평가할 때 기준이 되는 중요한 지표다. 비율이 높을수록 재무건전성이 양호하다고 평가하면 된다.
또한 유동성 위기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LCR(유동성커버리지비율)도 하락세다. LCR은 30일간의 잠재적인 유동성 위기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제약조건이 없이 활용 가능한 고유동성자산을 충분히 보유토록 한 지표다. LCR가 높으면 위기 상황 때 은행에서 외화 자금이 빠져나가도 즉시 현금화할 자산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반면 비율이 저조하다면 그만큼 리스크 대비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금융당국은 이달 만기였던 은행의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 완화 기한을 6개월 더 연장하기로 했다.
KB금융지주의 올해 상반기 기준(금융감독원 공시 기준) LCR은 98.61%으로 전년동기(102.76%) 대비 4.15%p, 하나금융지주는 103.69%로 0.38%p, 신한금융지주는 98.8%로 4.9%p, 우리금융은 104.45%로 0.91p, 농협금융은 104.53%로 27.44p 떨어졌다.
여기에 일부 지주회사들은 자회사 출자 여력에도 부담(이중레버리지 비율)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이중레버리지 비율은 지주사의 자회사 출자총액을 지주사의 자기자본으로 나눈 비율로 금융당국은 지주사의 과도한 차입을 통한 자회사 출자를 막기 위해 이 비율을 130% 아래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하나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기준 이중레버리지 비율은 128.56%로 금융지주사 가운데 가장 높았고, 이어 KB금융도 125.8%로 집계됐다. 특히 KB금융은 최근 보험사(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면서 출자 여력에 부담이 더욱 커졌다. 하나금융도 올해 더케이손해보험을 인수하면서 비슷한 고민에 빠졌다.
이와 관련 한국신용평가는 “KB금융의 별도 기준 이중레버리지비율과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각각 126.0%, 32.1%에서 푸르덴셜생명 인수 후 최대 136.0%, 42.1%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권 관계자들은 재무여력에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 금융당국 권고 비율 보다 낮고, 여전히 재무적으로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KB금융 관계자도 “신용평가사의 추정치일 뿐이고, 이는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유수환 쿠키뉴스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