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 비대면 계좌 만들고 노후자금 1억원 넣었지. 돈 버는 데 귀찮은 게 어딨겠어요.”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마지막 날인 2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 지점에서 만난 김지순(85)씨는 상기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걸 보니 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어렵긴 한가 보다”며 “몇 주 못 받는다곤 하지만, ‘나이가 많아도 현명하게 투자할 수 있구나’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카카오게임즈가 일반 청약에서 사상 최대 증거금인 약 59조원을 끌어모으면서 국내 ‘기업공개(IPO) 신화’를 새로 썼다. 이번 공모주 청약의 최종 경쟁률은 1525대 1로, 1억원을 넣어도 약 5주만 배정받게 됐다. 온·오프라인 투자자 사이에선 ‘청약 광풍’이 거세게 불었다.
이날 대표 주관사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이틀간 진행된 카카오게임즈 일반 공모주 청약에는 총 41만8262건(48억7952주)이 접수됐다.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 경쟁률은 1547대 1, 삼성증권은 1495대 1, 인수회사인 KB증권의 경우 1522대 1로 마쳤다. 증거금은 58조5543억원으로 역대 최고치였던 SK바이오팜(30조9883억원)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번 청약에는 세대를 불문한 수많은 투자자들이 참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와중에도 증권사 영업점은 청약 신청자들로 쉴 새 없이 북적였다. 상담 창구가 꽉 찼을 뿐 아니라 ARS 청약을 기다리는 줄도 길게 늘어서 있었다.
6억원가량을 증거금으로 넣었다는 이모(68)씨는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0%대고 딱히 투자할 곳도 없어서 모은 돈 대부분을 증거금으로 넣었다”고 말했다. 주부 문모(60)씨도 “SK바이오팜 청약을 놓친 게 후회돼서 왔다. 마침 최근 적금이 만기돼 1억2000만원을 넣었다”고 했다. 3억원을 투자한 김모(29)씨는 “주식투자에 원래 관심이 있어서 이번 청약만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일부 투자자는 마감 직전에 급하게 청약을 하거나, 오후 4시 이후에 영업점에 방문한 탓에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이날 오전 한국투자증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은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접속하면서 20여분간 작동이 지연되기도 했다.
다만 억대 증거금을 넣었어도 상장 첫날 쥐게 되는 수익금은 생각보다 적을 수 있다. 1억원을 넣어 5주를 받는다면, 12만원가량의 카카오게임즈 주식을 보유하게 된다(공모가 2만4000원). 상장날 카카오게임즈 주식이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결정되고, 상장 첫날 상한가)하면 주식 평가액은 31만2000원으로 오른다. 최적의 시나리오를 가정해도 첫날 수익은 19만2000원인 것이다.
‘공모주 청약 광풍’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세계적인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2일 금융 당국에 증권신고서를 제출, 코스피 상장 절차를 개시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