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너만 믿는다” 은행에 저당 잡힌 개인·기업… 대책은 있나요

입력 2020-09-03 00:07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지난 2분기에 은행 등으로부터 빌린 돈이 사상 최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업황이 나빠지자 빚으로 버틴 것이다. 개인의 경우 지난달 신용대출을 받은 금액이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개인과 기업들의 은행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대출·신용 관리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2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 통계에 따르면 예금 취급기관의 산업별 대출금 잔액이 총 1328조2000억원이었다. 1분기 말보다 69조1000억원 늘었는데, 2008년 1분기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최대 증가폭이다.

산업별로는 서비스업 대출 증가폭이 47조2000억원으로 가장 컸다. 이 가운데 골목상권과 자영업자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도소매·숙박·음식점업이 18조8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 역시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매출 감소로 현금 확보가 여의치 않자 인건비와 원재료 구매, 대출이자 등 운영자금(운전자금)을 대출금으로 충당한 것이다. 부동산업(10조6000억원)과 운수·창고업(3조2000억원)도 부쩍 늘었다.

송재창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업황 부진에 따른 운전자금 대출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며 “여기에 정부와 금융기관의 코로나19 금융지원이 늘어난 것도 대출 증가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3분기에도 대출 증가세가 이어질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신중한 입장이다. 하지만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빚으로 버티는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재확산과 함께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면서 산업별로 업황 부진 조짐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신용대출 잔액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124조2747억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고치로 지난 7월 말보다 4조755억원 늘었다.

부동산 대책 강화로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어려워지자 우회로로 신용대출을 택한 이들이 부쩍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유동성 장세인 주식시장에 ‘빚투’로 나선 수요도 적지 않은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신용대출 급증세는 이달 들어서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1일 5개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26조781억원으로, 지난달 31일에 비해 1조8034억원 늘었다. 하루 만에 8월 한 달 증가액의 44%가 불어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에 몰린 자금 가운데 신용대출 자금이 상당 부분 차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