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추천으로 뽑는 위원들”… 공정·객관적 평가 어렵다

입력 2020-09-03 04:06

올해 진행됐던 2019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의 공정성에 의혹이 제기된 것은 이 과정에 참여한 평가위원이 평가단 간부의 재량권 남용, 기획재정부의 과도한 개입 등을 폭로했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들은 오랜 기간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다고 복수의 평가위원들은 주장한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더욱 확실하게 담보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되는 것은 평가위원 선임 문제다. 100명 안팎의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위원들은 120여개 공공기관의 성과급과 기관장 해임 건의 등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하지만 그 선임 과정부터 투명하지 않다. 표면적으로 기재부는 매년 말 공고를 통해 평가위원 선발절차를 진행한다. 하지만 평가단 출신 인사들은 정부 고위인사들의 추천 여부가 선발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과거 경영평가단에 간부로 참여했던 교수 D씨는 2일 국민일보에 “국회의원, 정부 유력인사들의 추천을 받은 사람들 중심으로 평가위원들이 뽑힌다는 얘기는 알려진 얘기”라며 “추천받은 사람들만 해도 평가위원 정원의 몇 배가 된다”고 말했다. 몇 년 전 평가위원을 했던 교수 E씨는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저마다 평가위원을 추천할 것이고 경쟁이 치열하니 결국 누구 ‘빽’이 더 세냐, 그 결과로 뽑히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정부 안팎의 추천이 평가위원에 선발되는 데 영향을 미치다 보니 애초부터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E씨는 “뽑힌 위원들이 자신을 추천해준 사람, 내년에 (추천을) 부탁해야 할 사람들 말을 들어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기재부 등 특정 부처에 예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D씨는 “평가위원을 하는 동안에는 영향력 강화, 공공기관과의 인맥 등 유무형의 보상이 어마어마하다”며 “평가위원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순응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기재부가 평가단을 움직여 사실상 경영평가를 주도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그간 많았다. 정부의 정책 방향을 공공기관들에 강제하는 도구로 이를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명박정부는 자원외교, 박근혜정부 때는 성과연봉제와 부채비율 감소, 문재인정부는 사회적 가치 구현을 각각 강조하며 공공기관의 경영평가 지표를 전면 수정했다. 정부별로 지표가 제각각이다 보니 공공기관들의 평가점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오르락내리락했다.

광물자원공사, 한국가스공사 등은 이명박정부에서 B(양호) 등급 이상을 받았지만 박근혜정부에선 C(보통)~E(아주 미흡) 등급을 오갔다. 문재인정부에선 일자리 창출, 윤리 경영 등 사회적 가치 구현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상위 기관들의 평가점수가 급상승했다.

올해 경영평가위원으로 참여한 F씨는 “정부 부처가 경영평가를 통해 공공기관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것”이라며 “일부 긍정적인 부분은 있지만 과도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평가위원 G씨도 “기재부의 관치경영 관행은 오래된 적폐”라며 “대대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를 위해 평가위원 선임, 평가지표 수정 업무를 기재부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아예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를 기재부 산하가 아닌 독립적 기구로 만들자는 의견도 있다. 독립된 공운위가 경영평가 등 공공기관 관련 업무에 대한 의사결정을 총괄하는 방안이다.

남태섭 공공노련 정책기획실장은 “평가위원들이 그동안 주관적으로 공공기관 평가를 진행한 경우가 많았다”며 “기재부가 아니라 독립적인 위원회를 통해 평가위원을 뽑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용석 민주노조 정책연구원장은 “공운위가 심의·의결하는 사항은 중요한 게 굉장히 많은데 기재부 산하에 공운위가 있다 보니 실질적으로 심의가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해 공운위는 경영평가에서 ‘줄세우기’를 막자는 취지로 절대평가 제도를 도입하려 했지만 경영평가단과 기재부가 제동을 걸었다. E씨는 “상대평가는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기관이 분명히 존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 공정성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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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문동성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