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포장 때 친환경 플라스틱”… ‘착한 소비자’ 늘어난다

입력 2020-09-03 00:15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면서 차모(31)씨는 더 이상 구내식당을 이용하지 않는다. 인근 식당에서 포장해온 도시락을 혼자 먹는다. 그렇게 사무실 구석에는 각자가 포장해온 플라스틱 도시락이 쌓인다.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마트에서 식료품 배달을 시키는 차씨의 집에는 택배 상자와 플라스틱 용기가 쌓이고 있다. 그는 “지난주 태풍 ‘바비’ 때문에 분리수거를 한번 못했을 뿐인데 집에 쓰레기가 산처럼 쌓였다”며 “배달·포장이 안전하다는 이유로 너무 많은 쓰레기를 만드는 것 같아 죄책감이 든다”고 말했다.

2일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플라스틱류 폐기물 발생량은 하루 848t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6% 증가했다. 지난해 하루 734t씩 발생하던 플라스틱류 폐기물이 올해는 848t씩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차씨처럼 일회용 용기를 사용하는 사람이 급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플라스틱 폐기물 증가는 코로나19 확산과 맞물려 변화했다. 지난 1월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전년 동기 대비 16.6% 증가했다. 2월에도 21.1% 늘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되던 시기였다. 확산세가 잦아들던 4월에는 증가율이 8.9%에 그쳤으나 재확산이 시작된 6월에는 25.1%로 치솟았다.

화학업계에서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배달·포장이 늘면서 폐기물에 경각심을 느끼는 소비자가 늘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자연에서 분해되는 바이오 플라스틱 생산 등 친환경 트렌드가 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생분해 플라스틱과 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 등으로 구분된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식물성 원료나 생분해 가능한 원료를 사용해 온도, 습도 등의 환경이 갖춰지면 분해된다. 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은 바이오 매스(biomass·생물성 원료)를 20~25% 함유한 소재다.

특히 주목받는 것은 폴리락틱애시드(PLA) 소재다. SKC는 지난 3월부터 옥수수 성분으로 만들어진 PLA 20%와 생분해성 고분자(PBAT) 70% 등을 혼합해 만든 포장재를 신세계TV쇼핑에 공급 중이다. 종이 재질보다 내구성이 우수하면서도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다. SKC는 스타벅스코리아에 바나나 포장재 등으로 PLA 필름을 공급하고 있다.

SK케미칼도 투명 소재인 코폴리에스터와 재활용 페트(PET)를 혼합한 화장품 용기 소재 에코트리아를 출시하는 등 친환경 소재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옥수수당에서 유래한 폴리옥시트리메틸렌글리콜(PO3G) 파일럿 공장을 완공해 생산을 본격화했다. 삼양그룹도 지난해 옥수수 추출 전분을 활용하는 친환경 플라스틱 ‘이소소르비드’ 공장 증설에 들어갔다.

다만 바이오 플라스틱은 가격이 장벽이다. 기존 플라스틱보다 30~40% 정도 비싸 부담이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국제 규제도 엄격해지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더 커진다면 분해 가능한 소재로 전환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