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주도 사립학교법 개정 움직임… 기독교 사학 건학 이념 뒤흔들 우려

입력 2020-09-03 00:01
김운성 영락교회 목사가 2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사학법 개정안에 관한 기독교 사학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박상진 장신대 교수의 발표 모습. 줌 세미나 캡처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사립학교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다수 발의돼 기독교 사학의 건학이념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개정안에 따라 개방형 이사의 정원을 4분의 1에서 2분의 1로 끌어올리고, 학교장 임용 때 이사회의 고유 권한을 제한하게 된다면, 사학 법인 이사회의 존재 이유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립학교 준공영화를 추진하는 정부에 맞서 사학 스스로 비리 문제를 해결하고 한국교회와의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기독교학교정상화추진위원회(기정추)와 영락교회(김운성 목사)는 2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사학법 개정이 한국 기독교 사학에 미치는 영향과 과제’ 세미나를 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처에 따라 제한된 소수만 현장 참여했고 다수는 영상 플랫폼 줌으로 발제와 토론을 이어갔다.

허종렬 서울교대 교수는 지난 6월 이후 발의된 민주당 박용진 서동용 권인숙 박찬대 정청래 조승래 윤영덕 의원 등 7인의 사립학교법 일부개정안 각각에 담긴 문제점을 지적했다. 허 교수는 “학교법인의 이사 정수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이사를 개방 이사로 선임하고, 학교장을 임용할 때 대학평의회 또는 학교운영위원회에서 2배수 추천한 인사 중에서 임용하는 조항이 핵심”이라며 “사립학교 자율적 운영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기정추 운영위원장인 박상진 장로회신학대 교수는 “2005년 사학법 개정 반대 운동 때 한국교회가 적극적으로 함께했다”면서 “기독교 학교의 건학이념이 구현되도록 법안 문제뿐만 아니라 비전을 세우는 일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한국교회와 기독교 학교가 가칭 ‘자정위원회’를 함께 설립해 사학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스스로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미나에 앞서 드린 예배엔 범교단 인사들이 함께했다. 윤보환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 직무대행이 인도했고, 한기채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장이 말씀을 전했으며, 김종준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장의 축도가 있었다. 기독교 계열 사립학교는 전국에 초등학교 29개, 중학교 134개, 고등학교 198개, 전문대학 23개, 대학 84개로 총 468개 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기정추 위원장 김운성 목사는 인사말을 통해 “코로나19로 엄중한 상황이고, 포괄적 차별금지법 문제를 한국교회가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시점인데 거기에 더해서 국회에 발의된 사학법 개정안 문제로 긴급하게 세미나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김태영 예장통합 총회장을 대신해 참석한 변창배 사무총장은 “19세기 말 헨리 G 아펜젤러 선교사의 배재학당과 호러스 G 언더우드 선교사의 경신학교로 시작한 민족사학 설립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립학교법 재개정 논의가 국회에서 불거져 교계의 이해와 공동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면서 “한국교회총연합 회장단 모임에서 주요 교단이 함께 관심을 가질 것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