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코로나와 가을 전쟁이다” 방역 최전선 초긴장

입력 2020-09-03 00:03
의료진이 2일 서울 광진구 혜민병원 앞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나흘 연속 200명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환자는 연일 급증해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윤성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이 계속되면서 방역 최전선에 있는 역학조사관들과 보건소 핵심인력들이 지쳐가고 있다. 집단감염이 다양한 집단에서 발생해 감염경로를 찾기 어려운 데다 자가격리자 관리 업무도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보건소에서는 가을에 계절성 호흡기 질환이 유행하면 코로나19 검사 등 업무량이 폭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럼에도 현장인력들은 “국민들이 협조만 해주시면 어떻게든 이겨내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박영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역학조사팀장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일 밤까지 주말도 없이 역학조사에 매달렸다. 박 팀장은 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역학조사의 어려운 점은 매순간 제한된 정보로 감염경로를 판단해야 하는 것”이라며 “최근 수도권에서 30~40명대의 소규모 집단감염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조사에 투입할 역학조사관도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조사 대상 집단감염이 늘어나면서 역학조사관 수도 크게 부족하다. 심지어 정원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전국에는 285명의 역학조사관이 있어야 하지만 오는 5일 추가로 역학조사관이 투입돼도 230명 수준에 그친다. 신규 인력이 현장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확진자들의 거짓진술과 최근 비중이 늘어난 ‘깜깜이 감염’도 장애물이다. 박 팀장은 “역학조사관들은 확진자의 진술을 그대로 믿는 것이 아니라 주변인 진술과 휴대전화 위치추적, CCTV 등을 분석해 감염경로를 찾는다”면서 “지역 경계를 넘나드는 사람이 많아 지역 역학조사관들이 얼마나 빨리 실마리를 찾아내 정보를 교환하는지가 감염경로 추적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일선 보건소에서는 자가격리자 관리에 부담이 늘고 있다. 보건 당국에 따르면 서울에는 보건소 직원 1명이 자가격리자 10명 내외를 관리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구청 공무원이나 계약직 직원까지 투입된 상황이다. 이들은 가을에 계절성 질환이 코로나19와 함께 유행해 업무량이 폭증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허목 전국보건소장협의회장은 “광화문 집회 이후 전국에 동시다발적으로 지역사회 감염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가을에 호흡기 질환이 유행하면 증상이 코로나19와 유사해 분류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협의회는 최근 이런 우려를 보건복지부 등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보건소장은 “보건소가 코로나19 검사 등 방역업무에만 온전히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계절독감백신을 지난해보다 20% 늘린 3000만명분을 생산하기로 했다.

방역 당국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협조가 정말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허 회장은 “일부 민원인이 유튜브를 보고 ‘당국을 믿을 수 없다’며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항의를 하고 사라지면 직원들 사기가 떨어지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라고 토로했다. 박 팀장도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잘 지켜주신다면 곧 전염병 통제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