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2군 투수 신정락(33)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늑장 보고’로 논란을 빚고 있다.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2.5단계로 격상할 만큼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파른 상황에서 프로 구단의 방역 긴장감 이완은 리그 전면 중단의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BO가 2일까지 실시한 코로나19 전수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확진자는 한화 2군 선수 2명 이외로 늘어나지 않았다. 국내 프로 선수 ‘1호 확진자’인 신정락은 지난 31일, 같은 팀 2군의 육성군 투수는 지난 1일에 각각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나타냈다. 이들은 지난 28일 충남 서산 소재 한화 2군 훈련장 인근 원룸형 숙소 건물 옥상에서 동료 선수 5명과 함께 식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KBO는 “한화 2군의 코로나19 검진 대상자 97명 가운데 이미 확진자로 분류된 선수 2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95명은 모두 음성으로 확인됐다”며 “한화와 경기했던 LG 2군도 61명에 대한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해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프로야구 1군 정규리그 KBO리그와 2군의 퓨처스리그는 모두 지난 5월 5일에 개막해 신정락의 확진 판정 하루 전인 지난 30일까지 118일을 ‘무감염’ 상태로 진행됐다.
그 사이에 KBO리그 관중석에서 2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코로나19는 그라운드로 확산되지 않았다. 미국·일본에서 참고할 만큼 체계적으로 작성된 KBO의 코로나19 대응 매뉴얼과 국내에서 범사회적으로 이뤄진 방역 노력의 결과로 평가된다. 선수 확진자가 2명 이상으로 늘어나지 않았고, 이마저도 한화 2군 밖으로 벗어나지 않으면서 리그 중단의 최악만은 면했다.
하지만 신정락의 감염 의심 단계에서 보고를 지연한 한화의 코로나19 대응은 여전히 아쉬운 대목으로 남아 있다. 신정락은 지난 29일에 체증을 느꼈고, 30일에 발열 증상을 나타냈다. 한화 관계자는 “신정락의 발열 당시 체온이 37도대 초반으로 정상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검진을 받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발열은 가장 널리 알려진 코로나19 증상 중 하나다. 적어도 발열 단계에서는 신정락의 증상이 KBO로 보고돼야 했다. 하지만 한화는 양성 반응을 확인한 지난 31일 밤 9시를 넘겨서야 KBO 관계자에게 관련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KBO는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에서 ‘유증상자를 확인한 구단의 즉각 보고’를 규정하고 있다. 소속팀은 물론 다른 구단 지도자·선수, 심판, KBO 관계자 접촉을 사전에 차단할 목적이다. 관중석을 개방한 상황에서 유증상자 보고 누락은 더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지난 25~26일 한화 2군 홈구장 충남 서산구장에서 퓨처스리그 원정경기를 가진 LG의 경우 언론 보도를 통해 신정락의 확진 사실을 인지했고, 지난 1일에야 선수를 격리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