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발표 1시간 전에야 공운위 보고… 제대로 된 심의 없이 통과

입력 2020-09-03 04:06
안일환(오른쪽) 기획재정부 2차관이 지난 6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19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평가 결과에 따라 공공기관 임직원의 성과급이 차등 지급된다. 뉴시스

기획재정부가 2019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를 공식 발표 1시간여 전에야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 보고한 것으로 2일 파악됐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48조에 따르면 공운위는 경영평가 결과를 심의·의결하게 돼 있다. 그러나 정부 발표 직전에 평가 결과만 통보받은 탓에 공운위는 법률에 명시된 심의 기능을 제대로 행사하지도 못했다.

당시 공운위에 참여했던 인사들에 따르면 공운위는 지난 6월 19일 기재부가 2019년 경영평가 결과를 발표하기 1시간여 전쯤 관련 내용을 보고받았다. 안일환 기재부 2차관은 당일 오후 3시 경영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당일 점심시간이 지난 뒤인 오후 2시쯤 해당 내용을 보고받은 공운위는 1시간가량 결과를 훑어본 뒤 발표 직전 의결했다. 당일 공운위 회의록을 보면 개별 공공기관에 대한 경영실적 평가가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심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일부 공운위원들은 “뭘 의결하는지도 모르고 의결했다. 이럴 거면 공운위가 왜 있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기구인 공운위는 기재부 장관 직속으로 설치된 위원회다. 공공기관 운영법에 따라 공공기관과 관련된 핵심 사안이 대부분 공운위에서 결정된다. 때문에 공운위에는 정부위원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 출신의 민간위원이 포함돼 있다.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다. 민간위원은 기재부 장관의 추천으로 대통령이 위촉한다. 현재 10명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운위에 평가 결과를 발표 직전 보고한 데 대해 국민일보에 “3년 전 경영평가 결과가 사전 유출된 적이 있다”며 “보안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공운위에 평가 결과를 사전 공유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영평가는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단이 한 것이어서 공운위도 결과에 손을 댈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공운위의 의사결정 과정을 잘 아는 A씨는 “기재부가 공운위를 거수기, 스파이 취급하는 것”이라며 “공운위를 무력화하고 관련법을 위반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관련법상 공운위 회의는 민간위원의 수가 구성원 과반이 돼야 진행된다. 기재부가 공운위 심의를 건너 뛴 것은 결과적으로 민간위원들의 심의를 건너뛴 셈이다.

문재인정부에서 도입된 공운위 산하 경영평가소위원회 제도도 제 역할을 못했다. 평가소위는 평가에 공통적으로 적용해야 할 기준 및 공공기관의 이의제기 관련 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특히 경영평가단이 특별한 설명 없이 기관들의 이의제기를 묵살하는 경우가 있어 이를 견제하고 평가에 대한 사전심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올해 평가단 간부들과 기재부는 공공기관의 이의제기 2000여건 중 10건가량만 임의로 추려 평가소위에 보고했다고 한다. 또 평가소위에서 특정한 환경에 놓인 기관들의 점수를 보전해주는 공통 적용 기준을 검토해보라고 했는데, 이마저도 평가단과 기재부는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평가위원 B씨는 “이의제기 제도가 너무 형식적”이라며 “기관들도 이 제도에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거 경영평가에 참여했던 교수 C씨는 “평가소위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케이스마다 다르지만 소위 결정을 따르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해명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 공정성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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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동성 박재현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