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순복음성북교회(정재명 목사)는 2010년 여의도순복음교회 지교회에서 제자교회로 독립했다. 이후 교회는 여의도순복음 본교회의 60년 역사와 지교회의 23년 역사를 바탕으로 합력, 12년간 독립교회로 성장 발전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에 있는 교회를 찾았다. 성북교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권에 있었다. 교회 안에 인적이 드물었고 교역자실은 텅 비어있었다. 교회가 썰렁하다고 하자 정재명 목사는 “부교역자 대부분이 재택 근무 중”이라며 “집에서 업무보고 전화로 심방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평소 교회와 다른 모습에 본인도 당황스럽다며 웃었다.
교회는 보통 성도들로 북적거렸다. 오전 오후 저녁마다 예배가 있었기 때문이다. 새벽기도회는 기본이고 오전 6시 반, 오전 10시 반, 오후 8시 예배를 매일 드렸다. 매일 3번씩 드리는 이 예배가 오늘의 여의도순복음성북교회를 있게 했다고 말했다.
“세 역사를 가진 교회가 합력하여 선을 이루고 성장하려면 하나님의 은혜가 절대적”이라며 “그래서 매일 3번씩 모여 하나님의 은혜를 구했다”고 했다. 예배는 이 교회 성도들뿐만 아니라 기도하고 싶어 참석한 다른 교회 성도들에게도 큰 은혜가 됐다고 했다. 예배는 매년 11월 셋째 주면 일천번제가 된다. 담임목사여서 모든 예배에 참석할 것 같지만 일이 생겨 700여회 참석한다며 그래도 교회에서 가장 많이 참석한다고 웃었다. 올해 11월에는 일천번제 8회를 맞아 특별 감사예배를 드릴 것이라고 했다.
예배와 기도회는 정 목사 목회의 핵심이다. 그는 목회를 시작하면서 교회를 제대로 정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낸 결론이 ‘교회는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었다. 이를 ‘만민을 위해 기도하는 집’이라고도 해석했다. 그에겐 만민은 성도였고 그래서 이들을 위해 특별히 기도한다고 했다.
“성도들은 일하느라 교회에 못 나올 때도 있잖아요. 하지만 누군가는 교회에서 이들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누군가가 바로 목회자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기도가 멈추면 하나님의 역사가 멈춘다”면서 “기도하는 목회자, 기도하는 교회가 되고자 항상 애쓴다”고 말했다.
성도들은 정 목사의 이런 마음을 섬김과 헌신으로 보답했다. 다음세대를 위해 3년 전 오케스트라를 만들었을 때 성도들이 전폭적으로 도왔다. 고가인 악기는 권사회가 지원했다. 40여명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는 해마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 선교지에서 순회공연을 했다.
아이들 공부방을 만들 때도 적극 후원했다. 교회 옆 3층 건물을 구입했고 운영비, 식비 등을 자발적으로 충당했다. 건물 1층에는 아이들 식당 겸 카페를 만들었다. 아이들 30여명이 이용하는데 방학 때도 운영한다. 아내 이윤진 사모가 주방을 맡는다. 그게 단점도 있다며 웃었다. “아내가 늘 공부방에 가 있어서 저녁밥을 얻어먹기가 힘들어요. 저녁밥을 달라고 하면 공부방으로 오라고 합니다.”
지역 아이들뿐만 아니라 해외 아이들도 섬긴다. 교회는 디딤돌 선교회를 조직해 해외 선교지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3년째다. “많은 교회가 선교지에 교회를 세우니까 우리는 아이들을 키우자는 취지로 시작한 일”이라며 “영적 자녀 갖기 운동을 벌인다”고 했다. 현재 필리핀, 인도, 암만 등지의 아이들 200여명이 혜택을 받고 있다. 앞으로 르완다 등 아프리카 아이들에게도 장학금을 확대할 예정이다.
교회는 다음세대에 관심이 많다. 정 목사의 목회 비전도 ‘신앙의 대를 잇는 교회를 만들자’다. 다음세대가 신앙의 대를 잇게 하자는 것이다.
“제 할아버지가 6·25전쟁 때 예수를 믿기 시작해 제가 믿음의 가정 3대예요. 그래서 누구보다 믿음의 가정에 주어지는 축복을 잘 알아요. 할아버지는 98세 소천하기 전까지 새벽기도회에 나가셨어요. 새벽 4시에 일어나 1시간을 걸어가 2시간을 기도하고 오셨어요. 그 기도 때문에 우리 가족이 큰 은혜를 받고 있어요. 할아버지 손주들이 13명인데 모두 신앙생활도 잘하고 자기 사명대로 쓰임 받고 있습니다.”
신앙의 대를 잇기 위해 교회는 5월, 11월, 12월 ‘가족과 함께하는 예배’, 세대 통합예배를 드린다. 성인식도 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신앙을 고백하고 사회적 책임을 느끼게 한다. 이를 위해 회중 앞에서 은혜받은 말씀을 나누고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선언하게 한다. 그러면 부모가 답사한다.
무엇보다 가정예배를 강조한다. 정 목사는 “언젠가 청소년 대상 조사에서 유대인의 배교율이 0.1%지만 기독교의 배교율은 90%에 이른다는 결과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좋은 학교에 가는 것, 좋은 직장에 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하나님을 아는 것이다. 이것이 가정예배를 통해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정 목사는 “아직은 개인적으로 모든 게 부족하다. 그래서 더욱 성령에 의지한다”며 “순복음신앙의 핵심이 성령의 역사인 만큼 성령에 의지하면 하나님께서 여의도순복음성북교회를 통해 놀라운 역사를 이뤄가실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 3대째 신앙인 정재명 목사
“평생 예수·성도들 벗으로 살고 싶다”
여의도순복음성북교회 정재명(사진)목사는 조용기 원로목사의 제자라기보다 그 제자의 아들이다. 정 목사의 아버지 정원희(84) 목사가 조 목사의 제자다. 정원희 목사는 1980년대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사역했고 대교구장을 맡다가 90년 광주순복음교회에 부임했다. 당시 성도 50여명이던 교회는 후에 재적인원 3만여명의 교회로 성장했다.
아버지 목사에게서 들은 조 목사의 일화다. 조 목사는 그의 제자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자네들이 처음엔 부교역자이자 제자였는데 지금은 나의 친구들이네”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아버지 목사는 예수가 제자들에게 ‘이제는 너희를 종이라 하지 않고 친구라 하리니’라는 말씀을 떠올리며 평생 예수의 벗, 조 목사를 비롯한 많은 목회자의 벗, 그리고 성도들의 벗이 되고자 결심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정 목사가 조 목사와 인연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목사는 한세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1999년부터 2011년까지 여의도순복음교회 부교역자로 일하다 여의도순복음성북교회에 부임했다. 조 목사가 2008년까지 여의도순복음교회 당회장이었다.
‘정재명’이란 이름도 조 목사가 지었다. 또 정 목사가 학자가 아닌 목회자가 되도록 이끌어준 이가 조 목사였다. 정 목사는 대학원을 졸업하고 공부를 더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동기들은 모두 석박사를 하겠다고 했고 그는 40일 작정 기도에 들어갔다. 그 기도회를 마칠 때쯤이었다. 조 목사가 조회 시간에 이렇게 말했다. “도대체 너희들은 우리 교회에 목회자가 되려고 온 것인지, 신학자가 되려고 온 것인지 모르겠다. 목사가 되고 싶으면 더 공부하지 말고 기도하고 말씀 보고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라.”
정 목사는 그 이야기를 듣고 목회에 전념했다. 그래도 동기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월요일마다 서점에 들러 신학 서적, 신앙 서적을 읽고 자신을 위한 리포트를 썼다고 했다.
정 목사는 믿음의 가정에서 태어나 주의 종이 됐고 특별히 이 교회에서 헌신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하나님을 찬양한다고 말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