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무실점 호투 속에 첫 승을 얻어낸 신시내티 레즈를 상대로 시즌 2승을 또다시 따냈다. 상대 선발 투수 소니 그레이의 초반 실투에 타선에 불이 붙으며 승기를 잡은 세인트루이스는 16대 2의 대승을 거두면 3연승을 이어갔다.
김광현은 2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그레이트 아메리칸볼파크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MLB) 원정 경기에서 5회 동안 무실점을 해내며 소속팀이 16대 2의 대승을 거두는 데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볼넷 2개와 안타 3개를 허용했지만, 병살타 2개를 잡아내는 모습을 보였다. 삼진은 메이저리그 입성 후 개인 한 경기 최다인 4개를 잡았다. 특유의 빠른 투구 템포로 신시내티 타선을 뒤흔들었다. 김광현은 이날 호투로 시즌 평균자책점을 1.08에서 0.83으로 끌어내렸다.
김광현은 선발 등판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모습이다. 이날까지 김광현이 선발 등판한 4경기의 평균자책점은 0.44로 시즌 평균자책점 0.83보다 훨씬 낮다. 마무리 투수를 맡았었던 김광현은 선발로 보직이 변경된 기회를 놓치지 않고 기량을 증명했다. 야구 통계업체 ‘스탯츠 바이 스탯츠’에서는 “1913년 이후 김광현의 빅리그 선발 데뷔전 포함 4경기 평균자책점 0.44는 1981년 페르난도 발렌수엘라의 0.25 이후 가장 낮은 왼손 선발 투수의 기록”이라고 평했다.
김광현은 또 이날 두 차례의 병살타 유도로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1회 말 선두타자 조이 보토를 볼넷으로 내보내며 불안하게 출발했던 김광현은 닉 카스테야노스를 상대로 포심패스트볼로 유격수 병살타를 성공시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3회에는 커트 카살리, 보토에게 잇따라 슬라이더를 던지다 안타를 맞아 1사 1·2루 상황을 맞았지만 카스테야노스에게 또다시 병살타를 유도해 이닝을 마무리하는 대담함을 보였다.
이날 세인트루이스의 타선도 23안타 16득점으로 김광현을 도왔다. 특히 4번 3루수로 선발 출전한 브래드 밀러는 홈런 2개를 포함한 6타수 4안타 7타점을 기록했다. 지난 김광현 등판에서 아쉬운 수비 실책을 낸 밀러는 이번 경기의 포격으로 빚을 갚는 모양새였다.
김광현은 경기 후 취재진과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오늘 같은 경기는 1회가 가장 중요하다. 방심하면 타격전으로 이어질 수 있었기에 1회 가장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는 “몰리나가 사인을 내는 대로 공을 던졌다”며 “신시내티 홈구장이 타자한테 유리하고 홈런도 많이 나오는 구장이어서 체인지업을 적게 던지고 슬라이더와 패스트볼을 낮게 던지려고 노력했다”며 포수와의 치밀한 사전 전략도 설명했다.
이날 김광현의 호투에 세인트루이스 지역 언론 KSDK의 코리 밀러 기자는 트위터에 “김광현의 2020 내셔널리그 신인왕 수상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날 등판을 앞두고도 캐나다 매체 스포츠넷,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 등이 김광현을 신인왕 후보로 꼽기도 했다. 김광현은 인터뷰에서 “팀이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우선이다. 신인왕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내년부터가 진짜고 올해는 적응기라 생각한다”고 몸을 낮췄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