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부른 대입 대혼란… 수시 지원 전략 수립 급선무

입력 2020-09-05 04:03
사진=서영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역대급 혼란을 겪고 있지만 정부는 ‘침묵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시 대입 일정 변경 가능성만 언급(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25일 국회 교육위원회)했을 뿐 불확실성 해소에 나서지 않는 모습이다. 이런 와중에도 대입 시계는 빠르게 돌고 있다. 지난 3일 대학수학능력시험 원서접수가 시작됐고, 오는 16일에는 수능 최종 리허설인 9월 모의평가가 예정돼 있다. 23일부터는 수시모집 원서접수가 시작된다. 입시 전문가들은 무책임한 정부를 원망하거나 ‘코로나19 대입’을 치르는 처지를 한탄하느라 아까운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수시 전략 재수립

수험생들이 당면한 문제는 수시 지원전략 수립이다. 수시 원서접수는 23~28일 중 3일 이상 진행된다. 수험생들은 고교 3년 동안 수시 6회 지원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왔을 것이다. 지난 6월 모의평가 이후 지원 전략을 구체화했어도 뜯어 고쳐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수 있다. 코로나19로 100곳이 넘는 대학이 대입전형 일정이나 전형 방법을 변경했으며 바뀐 내용은 원서접수 한 달도 남지 않은 지난달 31일에야 공식 발표됐다.

일정 변경은 수험생 지원기회 제한을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승인했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그러나 수험생 입장에서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지원하려는 대학들의 대학별고사 일정이 겹치지 않는지, 일정 변화에 따라 경쟁률 변화는 어떻게 될지, 남은 기간 학습 전략을 어떻게 수정해야 하는지 복잡한 입시가 더 복잡해졌다.

논술전형의 경우 수능 이전에 논술을 치를 계획이었던 연세대와 경기대가 수능 이후로 미뤘다. 성신여대 세종대 숭실대 이화여대 등은 논술 전형기간을 하루씩 늘려 잡았다. 이는 기존 날짜에 논술을 치르는 다른 대학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수험생들은 수능이 끝나면 한층 빼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더구나 코로나19가 수능을 전후해 잠잠해질 것이란 보장이 없다. 정부는 대학별고사의 경우 대학이 알아서 하란 입장이다. 그러나 개별 대학에만 맡겨놓을 부분이 아니다. 예를 들어 대학별고사가 시작되면 수험생들이 고사장 이동 동선에서 숙박하는 경우가 많다. 방역 차원을 고려한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수험생 혼란도 줄이고 코로나19 확산도 차단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면접고사도 골치 아프다. 수험생 입장에선 면접 방식만 ‘비대면’으로 바뀐 게 아니다. 전형 요소별 실질 반영 비중 변화를 염두에 둬야 한다. 비대면 면접은 대학마다 크게 세 가지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먼저 수험생이 대학 측이 제시한 질문에 답하는 영상을 업로드하는 방식이 있다. 수험생이 지정된 면접일에 사전에 안내된 고사실에서 문답하는 과정을 녹화해 평가하는 방식, 면접 당일에 안내된 고사실에서 면접 위원과 실시간 쌍방향으로 마주하는 화상 면접 방식도 있다.

만약 업로드 방식이라면 대학들이 면접 점수를 크게 반영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럴 경우 다른 전형요소 비중이 커질 수 있다. 실시간 쌍방향이라면 기존 면접과 거의 동일한 비중으로 반영될 수 있다. 입시 전문가들은 “비대면 면접은 처음이라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예컨대 대학들이 예시 동영상을 수험생에게 제공하는 등의 노력을 하도록 정부가 대학에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재수생도 혼란

수능 원서접수는 3~18일이다. 재수생은 원서 접수 단계부터 코로나19 때문에 곤란을 겪을 수 있다. 특히 기숙사 재수학원생,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공부하는 재수생 등은 주소지를 기숙학원 또는 현재 거주하는 주소지로 이전한 경우가 많다. 공부하고 있는 학원 근처에서 수능을 치르길 원하기 때문이다. 대형 학원들이 문을 닫은 상태여서 주소지를 이전해야 할지 아니면 학원 근처에서 수능을 보는 방법을 택할지 결정하기 어려운 상태다.

이는 9월 모의평가에도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재수생의 상당수가 출제 당국이 지정하는 학원에 모의고사를 신청한 상태다. 이들 학원이 계속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최악의 경우 모의평가를 치르지 못할 수 있다. 9월 모의평가는 고3 재학생과 재수생이 수능을 앞두고 자신의 객관적 위치를 마지막으로 점검하는 기회다. 재수생이 빠진 반쪽짜리 시험이라면 고3에게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정부가 조속히 대책을 내놔야 하지만 구체적으로 9월 모의평가를 어떻게 치를지 언급이 없다.

입시 전문가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학습 리듬을 깨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어나는 시간, 등교 또는 원격수업 시간, 자습시간, 취침 시간 등 일정한 리듬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또한 대학별 입시 일정변화, 면접방식 변화 등을 매우 꼼꼼하게 숙지하고 수시 대학 선택 및 남은 기간 학습 기간을 재수정해야 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일단 9월 모의평가에 집중하면서 9월까지는 수능 시험범위에 대한 학습을 완료하고 10월과 11월은 모의고사를 통해 실전 감각을 키우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